GS의 '아픈 손가락'…해상 풍력 기업으로 전환한 GS엔텍
정유·화학 공장용 기계를 만드는 GS엔텍은 오랜 기간 GS그룹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2005년 그룹 편입 후 계열사들의 직간접적인 지원에도 적자가 장기간 이어졌고, 유상증자 등 자금 수혈도 잇따랐다. 이랬던 GS엔텍이 공장 내 설비를 완전히 뜯어고쳐 해상풍력 구조물 제조업체로 탈바꿈한다. 20년간 지지부진했던 기계 설비 사업을 접고 그룹 미래를 이끌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GS엔텍은 울산 용잠동 공장을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생산을 위한 공장으로 전환한다고 9일 발표했다. 이를 위한 자동화 설비 도입에 2140억원, 기타 건축물 설립에 860억원 등 총 3000억원을 공장 증축에 사용할 계획이다.

GS엔텍은 이 공장에서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인 모노파일 생산에 나선다. 모노파일은 해저에서 해상풍력 발전기를 지탱해주는 주요 설비다. 대형 철판을 용접해 만든 원통 형태로 발전기 설치를 위한 주춧돌 역할을 한다. 이는 부유식이나 삼각대 등 기존 하부 구조물 방식보다 제작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하다.

모노파일 생산의 시행 착오를 줄이기 위해 글로벌 1위 기업인 네덜란드의 시프(Sif)사와 기술 라이선스 독점계약도 체결했다. 공장 증축 비용 마련을 위해 공장을 매각하고, 도미누스 인베스트먼트와 시몬느자산운용 등으로부터 900억원을 유치했다.

결과물도 속속 나오고 있다. GS엔텍의 울산공장은 시프사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지난 3월 첫 제품을 생산했다. 또 명운산업개발이 진행 중인 전남 영광낙월 해상풍력 프로젝트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모노파일 64기 공급 계약을 따냈다. 회사 측은 해상풍력 전력 생산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한 일본과 대만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GS그룹 관계자는 “‘디지털 친환경을 통한 미래성장’이라는 GS그룹 신사업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GS E&R, GS EPS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도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