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생은 언제나 현역이다!
1957~1958년생 친구들 모두가 65세를 넘겨 정년퇴직하거나 이런저런 형식으로 은퇴했다. 일부 전문직 친구들만 현업에서 일하는 중이나, 그들 역시 머지않아 자발적 은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정년제도는 젊은 세대에 기회를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퇴직하는 당사자에게는 큰 상실감을 안겨준다. 퇴직 후에는 친구, 선·후배, 그리고 동료들과의 관계가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슬퍼하거나 원망할 필요는 없다. 이는 본인이 이전에 맺은 인간관계의 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변화를 겪으며 느끼는 상실감 등 감정은 당연하며, 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위직에 있다가 은퇴하면, 참모조직이 사라지고 사회라는 황야에 홀로 서게 된다. 어느 날 문득 지금까지 자기 능력으로 인식하던 것들이 사실은 참모나 인생 후배들의 뒷받침 덕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나이듦은 시간의 불가역성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전히 세상을 볼 수 있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걸을 수 있다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현역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년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독서를 통해 ‘생각 근육’을 키워야 한다. 생각 근육이 짧으면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 여행, 독서, 음악 감상 등 다양한 취미 개발이 중요하다. 특히 일기 쓰기는 좋은 습관이다. 옛 선비들은 중요한 일상을 기록해 문집 형태로 후손에게 남기곤 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정년과 상관없이 모두가 평생에 걸쳐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나아가 최근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 ‘질문 근육’을 튼튼하게 키워야 한다. 질문 근육의 토대에는 다양한 종이책 읽기가 선행돼야 하지만, 디지털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지속적인 평생학습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지나온 노년 세대는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주변 변화에 섭섭해하거나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영원한 현역’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대처해야 한다. 이 세상은 각자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것이 생기고 변하며 사라진다. 마음을 넓히고 우주적 사고를 한다면, 인간만의 허상인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떤 영웅호걸도 결국 시간의 불가역성 앞에서 사라졌지만, 그들이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후세에 기억되기도 하고 잊히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돕고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것이다. 이 땅의 노년 세대여! 정년을 맞이한 친구들과 함께 더욱 활기차게 인생의 제2막을 열어가자. 우리는 여전히 현역이며, 인생 무대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