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의 '파파라치 컷'을 쇼핑몰에 사용한다면? [긱스]
셀럽이나 연예인의 일상적인 패션을 늘 화젯거리입니다. "ㅇㅇㅇ는 이번 공항 패션으로 에르메스 ㅇㅇ백을 들었다", "샤넬 신상 재킷을 입었다" 등 어떤 아이템을 착용했는지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진 촬영과 그 사진의 이용이 과연 허락을 받은 것일까요?

유명인 사진은 어디까지 사용 가능할까

연예인이 포토존에서 서서 사진을 찍히거나 혹은 촬영자가 다가가서 "인사해 주세요~ SNS에 자랑하고 싶은데 사진찍어도 될까요?"하면서 찍은 것은 묵시적으로 촬영 동의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그 사진촬영을 하고 SNS에 올려도 별다른 문제될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어느 셀럽이 출국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항에서 기다리다가 셀럽이 오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서 몰래 사진 촬영을 하고 SNS 등에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이 부분에서 바로 초상권이 문제되며 더 나아가 퍼블리시티권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는 인격적 권리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얼굴이나 모습, 이름, 목소리 등 특정인이라고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촬영되거나 이용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권리죠. 이 초상권은 일반인이든 유명인이든 누구에게나 있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초상권은 촬영과 그 활용에 대해 동의 여부를 표하는 것으로 보통 행사됩니다. 좀 더 다양한 사례를 적용하여 초상권 위반 여부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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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공장소(길, 공원 등)에서 우연히 찍힌 경우

신문기사에 나온 현장이나 개인이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 배경에는 부득이 여러 사람들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이때 배경에 찍힌 사람들도 초상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길이나 공원처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장소에 있다는 것은 자신의 모습을 누구에게나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입니다. 다만 공공장소라도 특정인을 따라가면서 촬영하거나 특정인의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촬영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배경으로 우연히 찍힌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의도적으로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도록 찍은 것으로 초상권 침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사적인 공간인 자동차, 식당, 술집 등에서 찍힌 경우

이 경우는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카페나 자동차 안 같은 공간은 공공장소라기보다 사적인 공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1997년 다이애나비 사건이 있습니다. 당시 차 안에 있는 다이애나를 찍은 사람들은 사생활 침해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반면 호텔에서 자동차까지 걸어가는 모습을 찍은 사람들은 초상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상점이나 공공장소가 아닌 실내 공간에서 영상이나 사진을 찍을 때 배경에 나온 사람들이 누구인지 분명히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나온다면 이들의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초상권을 침해한 경우 어떤 페널티를 받게 될까?

사실 국내법상 초상권 침해자에 대한 법적 구제 부분이 미흡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초상권 침해는 앞서 말했듯이 어떤 구체적인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 인격권 침해입니다. 이 부분이 뒤에 살펴볼 재산적 권리인 퍼블리시티권과 침해 구제 부분에서 상당히 다릅니다. 퍼블리시티권은 일종의 재산권입니다. 인격권인 초상권을 침해할 경우 형사 처벌대상이 아니라 민사 소송 대상입니다. 그것도 정신적 손해배상 즉, 위자료 대상입니다. 우리나라의 위자료 청구 소송은 징벌적 제재로 사용하는 미국과 달리 그 금액대가 상당히 낮습니다. 국내 초상권 재판 실무상 초상권 침해로 발생하는 위자료는 수십만 원 수준이고 높아야 100~300만 원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령머드축제 사진의 여성은?

2013년도 보령머드축제 초상권과 관련한 중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보령머드축제 조직위원회가 축제 포스터를 만들어 언론사에 보도자료용으로 배포했는데 그 사진에 한 여성이 온 몸에 진흙은 바른 채로 다른 사람 목마를 탄 모습이 크게 찍힌 것입니다. 당시 피해 여성은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2000만원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지만 1심에서는 초상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후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는 “당시 30대 초중반의 여성으로서 머리와 얼굴에 진흙이 묻은 사진이 알려질 경우 상당한 정도의 당혹감, 수치심 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시로선 상당히 이례적으로 큰 300만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조직위원회로부터 사진을 전달받아 그대로 보도만 한 언론사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고 조직위원회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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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인이 공공장소에서 공적인 일로 찍힌 경우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물이고, 공적인 관심을 받는 사람들을 공인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사회통념상 연예인, 정치인, 200만 유튜버는 공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법원도 '재벌'의 공인여부에 대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된' 공인으로 본 바 있다. 따라서 재드래곤과 용지니어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재용(삼성전자 회장), 정용진(신세계 회장)도 당연히 공인입니다. 만약 이재용과 정용진이 손잡고 강남역 거리를 돌아다닌다면 쫓아다니면서 마음껏 사진을 찍어도 초상권 침해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5. 퍼블리시티권은 초상권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공인의 초상권은 인정되기 어렵지만 퍼블리시티권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오히려 퍼블리시티권에서는 공인이나 유명인일수록 더욱 인정될 수 있습니다. 퍼블리시티권은 초상권과 침해의 형태(특정인의 식별력 있는 모습이나 이름 등을 무단사용)는 유사하지만 보호하는 법익 즉, 권리의 내용이 다릅니다. 초상권은 인격적 권리를 보호합니다. 초상권을 침해할 경우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정신적 손해배상인 위자료로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퍼블리시티권은 재산적 권리입니다. 따라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할 경우 재산적 피해는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으므로 손해배상의 액수가 초상권 침해의 위자료보다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본 글 서두에서 예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셀럽이 화려한 공항 패션으로 인천공항에서 사진을 찍혔습니다. 유명인이 공공장소에서 찍힌 것이니 초상권은 침해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사진 찍은 사람이 '저 셀럽이 착용한 거 팔면 대박 나겠다'라는 생각에 해당 사진을 자사 쇼핑몰에 올려서 셀럽이 입은 옷이나 신발을 팔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은 셀럽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셀럽이 해당 쇼핑몰에 모델로 계약이 된다면 얼마든지 모델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셀럽의 정당한 재산적 권리를 침해한 것입니다.

초상권 침해 위자료는?

최근까지 국내법상 퍼블리시티권은 명문 규정이 없었습니다. 실제 판례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은 성문법주의를 택하고 있는 국내법상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적도 있었습니다(소녀시대 제시카와 배우 수애가 치과를 상대로 한 소송). 그러나 최근 판례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추세고 최근에 BTS 짝퉁 굿즈 사건으로 인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타목이 신설되어 어느 정도 입법화도 되었습니다. 현재 판례에서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대체로 민법상 불법행위로 보아 손해배상 판결을 하고 있습니다.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액수는 초상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액수보다 상대적으로 큽니다. 피해자가 유명 연예인일수록 그 손해액은 속칭 '몸값'에 비례합니다. '백지영, 남규리 사건'이라고 알려진 2013년도 퍼블리시티권 사건에서는 백지영의 광고료를 손해액 산정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어느 성형외과 병원에서 백지영과 남규리 사진 등을 허락 없이 블로그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죠. 법원은 인쇄 광고를 참조하여 백지영의 재산상 손해를 수천만원으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최종 손해배상액은 여러 참작사유로 인해 수백만원으로 조정되었습니다. 정식 계약을 맺고 사용했다면 받았을 금액을 재산상 손해로 본 것입니다. 이제 퍼블리시티권 내용도 어느정도 입법화가 되었고 판례의 태도도 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추세이니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셀럽의 '파파라치 컷'을 쇼핑몰에 사용한다면? [긱스]
최철민 최앤리법률사무소 대표
△연세대 법과대학 졸업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공무원 연금공단 감사관
△창업진흥원 예비·초기창업패키지 법률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