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방해냐, 참고 자료냐…기업 평판조회의 두 얼굴
기업들이 평판조회에 적극적인 이유는 양질의 인재를 확보하고 혹시 잘못 채용했다가 낭패를 보는 ‘채용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도를 넘어선 평판관리는 불법이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올해 초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자사 취업 금지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과거 근무한 인물들의 신상정보와 함께 ‘정상적인 업무 수행 불가능’ ‘건강 문제’ ‘직장 내 성희롱’ ‘반복적 무단결근’ 등이 적혀있는 엑셀 파일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조합 등은 블랙리스트 작성이 ‘누구든지 근로자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40조를 위반한 불법(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쿠팡은 사업장 내 성희롱, 절도, 폭행, 반복적인 사규 위반 등의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맞섰다.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판례는 없지만 비슷한 사례를 두고 검찰은 불법이 아니라고 봤다. 신선식품 배송업을 운영하는 마켓컬리는 2021년 500여 명의 일용직 구직자의 성명과 전화번호 등이 적힌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고발됐다. 이후 고용노동부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지난해 1월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취업방해금지 규정은 근로자가 퇴직 후 ‘타 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자신의 근로자를 채용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명부를 작성·사용하는 행위는 고유 권한인 채용·인사권 행사의 범위”라고 판단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기업은 직원을 뽑을 때 경력과 업무 성과는 물론 인성, 동료들과의 인화 등을 검증하고 싶겠지만 자사 채용을 넘어 관리 명목으로 리스트를 작성해 채용 대행업체 등에 공유하면 불법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 잡리포트 취재팀

백승현 경제부 부장·좋은일터연구소장
곽용희 경제부 기자 / 이슬기 경제부 기자
권용훈 사회부 기자 /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