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오른쪽)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간 경기에서 시구한 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오른쪽)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간 경기에서 시구한 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9~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75주년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집권 비상 계획’을 논의한다. NATO에 비판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회원국들이 자체 방위 계획을 수립하려는 움직임이다.

우크라이나 지원 통제권 쥐어

'트럼프 비상플랜' 세우는 NATO…"유럽, 최대 35만명 병력 충원"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NATO 고위 관료 발언을 인용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담당하던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업무 일부를 NATO로 이관하는 방안이 논의된다고 보도했다. UDCG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57개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지난 5일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NATO 직원 700명이 머무르며 UDCG 업무를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NATO가 UDCG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TV토론에서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더 돈을 써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 공화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이날 공화당은 전국위원회 산하 정강정책위원회를 열고 미국 국익 외교를 핵심으로 하는 정강정책을 확정했다. 8년 만에 바뀐 정강정책에는 “동맹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반드시 이행하도록 하고 유럽에서 평화를 복구해 동맹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화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미국을 덜 안전하게 했으며 세계에서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공화당은 국제 혼란을 종료시키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자체 방위에 35만 명 더 필요

유럽 NATO 회원국도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국방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NATO가 지난해 리투아니아 빌뉴스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집단 방위 계획’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익명의 NATO 관계자는 “새 방위 계획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30~50개 여단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개 여단을 약 7000명으로 구성하면 병력 35만 명을 충원해야 한다. 다른 관계자는 독일이 자체적으로 방공 전력을 기존보다 4배 늘려야 한다고 했다.

NATO의 자체 안보 역량을 키우려면 회원국의 안보 예산 확대가 불가피하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지난달 17일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NATO 회원국이 5년 만에 6개국에서 23개국으로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NATO의 동쪽 최전선을 담당하는 폴란드는 국방 예산 비중을 GDP의 3%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이든 “우크라 방공망 지원”

우크라이나의 NATO 회원국 가입 역시 이번 회의에서 주요 의제 중 하나다. CNN은 이날 NATO 소식통을 인용해 정상회의 공동성명서 초안에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과정은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정상회의에서는 ‘가입 조건이 충족되고 동맹국이 동의하면’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초대한다는 조건이 성명에 포함돼 우크라이나가 반발했다.

연간 400억유로(약 60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계획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회원국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해 NATO 회원국이 각자 GDP 규모에 따라 일정 금액을 모으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NATO 내에서도 친러시아 성향으로 평가되는 헝가리는 지원 계획에서 빠졌다.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러시아는 키이우를 비롯해 드니프로, 크리비리흐 등 우크라이나 전역을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우크라이나 최대 규모 어린이 병원인 오흐마트디트 병원도 타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민간인 수십 명을 살해하고 어린이 병원에서 피해와 사상자를 낸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러시아의 잔혹성을 상기시킨다”며 “도시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강화하는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