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태 칼럼] 모피아 중용을 견제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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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출신 장·차관만 10명
금융 관련 요직도 싹쓸이
잘 훈련된 엘리트 관료지만
이론에만 능하고, 현장 잘 몰라
복합위기 헤쳐나가야 하는데
예스맨 관료들로 채워선 곤란
정종태 한경닷컴 대표
금융 관련 요직도 싹쓸이
잘 훈련된 엘리트 관료지만
이론에만 능하고, 현장 잘 몰라
복합위기 헤쳐나가야 하는데
예스맨 관료들로 채워선 곤란
정종태 한경닷컴 대표
기획재정부에 대한 대통령의 애정이 각별하긴 한 것 같다. 기재부 출신을 중용하는 건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지만 장·차관 수를 보면 현 정부에서 유독 많다. 지난주 소폭 개각 때 기용된 금융위원장뿐 아니라 환경부 장관도 기재부 몫이 됐다.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출신을 주로 앉혀온 환경부 장관에 기재부 관료를 쓴 건 드문 일이다.
기재부 출신은 도처에 자리 잡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물론 경제부총리, 복지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등 장관급 중 다섯 자리가 기재부 출신이고, 신설하는 인구전략기획부 장관(사회부총리) 후보도 전직 기재부 관료다. 경제수석과 차관급으로 넓히면 열 자리에 달한다. 바로 직전에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기재부 출신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두 명이 기재부 전직 관료이고, 금융 유관단체장 중 한국거래소 이사장, 생명보험협회장 등 상당수가 기재부(금융위 포함) 출신이다. 국민연금 이사장, 한국투자공사 사장도 그렇다. 가히 ‘기재부 천하’라고 불릴 만하다. “검찰과 기재부의 나라냐”는 비아냥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싶다.
이른바 ‘모피아’(과거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불리는 기재부 출신의 장점은 확실히 있다. 국가에 대한 로열티가 누구보다 높고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막강한 예산권과 업무 조정권을 바탕으로 경제부처뿐 아니라 사회부처까지 거느리며 주도하는 리더십도 있다. 갈수록 정책이 복잡다기해지고 부처 간 업무 영역이 중첩되다 보니 정책 조정 역할을 맡은 기재부의 장악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거시경제를 주로 다루는 만큼 시야가 넓고 종합적인 판단력, 분석력, 기획력도 남다르다.
자부심은 정책 자신감으로 연결된다. 최고 엘리트 선배들에게 도제식 교육을 받고 풍부한 경험을 전수받으니 어떤 타이밍에 무슨 정책을 내놔야 먹히는지 감각적으로 안다. 밀어붙이면 성공한다는 경험칙도 몸에 배어 있다. 누구보다 잘 훈련되고 조직화된 엘리트이니 정권 입장에서도 용병으로 쓰기에 제격이다. 역대 대통령도 처음에는 관료 사회 논리에 포획되지 않으려고 모피아 출신을 견제했지만, 현실을 깨닫고 이내 중용해 정책을 맡기곤 했다.
하지만 인사권자로서 모피아 중용을 경계해야 할 이유가 있다. 기획은 강하나 현장을 잘 모른다는 것은 모피아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똑똑한 머리로 정책을 고안해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현장과 괴리된 경우가 많다. 기재부 출신 전직 장관도 스스로 반성한다며 이런 평가를 했다. “대학 때 배운 경제학원론만 붙잡고 일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세상은 경제학 이론이 통하지 않는 복잡다기형으로 바뀌었는데 아직도 이론만 들이댄다.”
과거에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과장들도 실물 경제 종사자를 수시로 만나 현장 얘기를 듣곤 했지만, 요즘은 세종시 섬에 갇혀 그런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최고 집단이라는 동질감과 소속감이 강해 자기들끼리 뭉치는 경향도 뚜렷하다. 현직 후배가 OB(올드보이) 자리를 챙겨주고, OB가 퇴직하는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식으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그들만의 리그’는 여전히 공고하다. 오죽하면 “모피아 출신은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는 말까지 나올까.
사무관 때부터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 자기 확신이 넘쳐 다른 부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습성도 강하다. 이는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다른 부처와는 벽을 쌓고 ‘사일로’에 갇혀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외환위기 때가 대표적이다.
그래도 과거 선배들은 정치가 과도한 개입으로 정책을 왜곡시키면 거기에 맞서는 결기라도 있었지만 요즘 젊은 관료들은 그런 배짱도 없다. “순둥이 모범생만 남은 것 같다”는 게 한 전직 관료의 얘기다.
그렇다고 모피아를 대체할 훌륭한 집단이 있냐고 물으면 뾰족한 답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발탁 기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인사에서 역시 중요한 건 견제와 균형이다. 특정 동질 집단으로, 그것도 예스맨 관료들로 국가 정책 결정의 주요 포스트를 채우는 건 정답이 아니다.
기재부 출신은 도처에 자리 잡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물론 경제부총리, 복지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등 장관급 중 다섯 자리가 기재부 출신이고, 신설하는 인구전략기획부 장관(사회부총리) 후보도 전직 기재부 관료다. 경제수석과 차관급으로 넓히면 열 자리에 달한다. 바로 직전에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기재부 출신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두 명이 기재부 전직 관료이고, 금융 유관단체장 중 한국거래소 이사장, 생명보험협회장 등 상당수가 기재부(금융위 포함) 출신이다. 국민연금 이사장, 한국투자공사 사장도 그렇다. 가히 ‘기재부 천하’라고 불릴 만하다. “검찰과 기재부의 나라냐”는 비아냥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싶다.
이른바 ‘모피아’(과거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불리는 기재부 출신의 장점은 확실히 있다. 국가에 대한 로열티가 누구보다 높고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막강한 예산권과 업무 조정권을 바탕으로 경제부처뿐 아니라 사회부처까지 거느리며 주도하는 리더십도 있다. 갈수록 정책이 복잡다기해지고 부처 간 업무 영역이 중첩되다 보니 정책 조정 역할을 맡은 기재부의 장악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거시경제를 주로 다루는 만큼 시야가 넓고 종합적인 판단력, 분석력, 기획력도 남다르다.
자부심은 정책 자신감으로 연결된다. 최고 엘리트 선배들에게 도제식 교육을 받고 풍부한 경험을 전수받으니 어떤 타이밍에 무슨 정책을 내놔야 먹히는지 감각적으로 안다. 밀어붙이면 성공한다는 경험칙도 몸에 배어 있다. 누구보다 잘 훈련되고 조직화된 엘리트이니 정권 입장에서도 용병으로 쓰기에 제격이다. 역대 대통령도 처음에는 관료 사회 논리에 포획되지 않으려고 모피아 출신을 견제했지만, 현실을 깨닫고 이내 중용해 정책을 맡기곤 했다.
하지만 인사권자로서 모피아 중용을 경계해야 할 이유가 있다. 기획은 강하나 현장을 잘 모른다는 것은 모피아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똑똑한 머리로 정책을 고안해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현장과 괴리된 경우가 많다. 기재부 출신 전직 장관도 스스로 반성한다며 이런 평가를 했다. “대학 때 배운 경제학원론만 붙잡고 일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세상은 경제학 이론이 통하지 않는 복잡다기형으로 바뀌었는데 아직도 이론만 들이댄다.”
과거에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과장들도 실물 경제 종사자를 수시로 만나 현장 얘기를 듣곤 했지만, 요즘은 세종시 섬에 갇혀 그런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최고 집단이라는 동질감과 소속감이 강해 자기들끼리 뭉치는 경향도 뚜렷하다. 현직 후배가 OB(올드보이) 자리를 챙겨주고, OB가 퇴직하는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식으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그들만의 리그’는 여전히 공고하다. 오죽하면 “모피아 출신은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는 말까지 나올까.
사무관 때부터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 자기 확신이 넘쳐 다른 부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습성도 강하다. 이는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다른 부처와는 벽을 쌓고 ‘사일로’에 갇혀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외환위기 때가 대표적이다.
그래도 과거 선배들은 정치가 과도한 개입으로 정책을 왜곡시키면 거기에 맞서는 결기라도 있었지만 요즘 젊은 관료들은 그런 배짱도 없다. “순둥이 모범생만 남은 것 같다”는 게 한 전직 관료의 얘기다.
그렇다고 모피아를 대체할 훌륭한 집단이 있냐고 물으면 뾰족한 답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발탁 기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인사에서 역시 중요한 건 견제와 균형이다. 특정 동질 집단으로, 그것도 예스맨 관료들로 국가 정책 결정의 주요 포스트를 채우는 건 정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