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박성재 법무부 장관(사진)이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한 배경에 관해 “과거 재의요구 당시 정부가 위헌 사유로 지적한 사항들이 거의 수정되거나 보완되지 않아 위헌성이 가중됐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의결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헌법 수호적 관점에서 윤 대통령에게 본 법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을 해병대수사단이 조사해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야당은 특검 도입을 고집해왔다. 21대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했으나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들어 ‘당론 1호’로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박 장관은 “불과 1개월여 만에 (기한 내 미임명 시) 특검 임명 간주 규정, 기존 기소된 사건의 공소 취소 규정 등 위헌 소지가 다분한 규정이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권에만 부여한 데서 나아가 대통령이 특검을 정하지 않으면 추천된 후보자 중 연장자를 임명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사실상 박탈해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재판 중인 사건의 공소를 취소하는 권한 역시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법무부는 판단했다. 검사의 공소권은 행정권의 일부로 정부의 권한이며, 법적 효과가 정부에 귀속된다는 점에서다.

박 장관은 “여당과의 충분한 협의나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입법 청문회만 거친 뒤 수적 우위로 강행 통과됐다”며 야당을 겨눴다. 그는 “국회의 숙의 부족으로 발생한 위헌 요소를 수정·보완하려는 노력 없이 위헌성이 가중된 법안을 반복해서 의결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대통령에게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는 프레임을 덧씌우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