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의 추락…간판 상품도 '휴지조각'
암호화폐와 함께 가상자산 붐을 이끈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이 수렁에 빠졌다. 주요 NFT 500종의 가치를 합산 반영하는 지수가 2년6개월 새 90% 넘게 폭락했다.

NFT가 자생적인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각국이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하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NFT를 가상자산으로 규정하고 각종 규제를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NFT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진퇴양난에 놓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NFT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데이터 업체인 크립토슬램이 제공하는 ‘크립토 500 NFT 지수’는 이날 1382.21을 기록했다. 2022년 1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33,896.17보다 96% 하락했다. 크립토슬램은 비트코인을 제외하고 이더리움, 솔라나 등 주요 11개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운영하는 NFT 컬렉션 500종의 시가총액과 거래 현황을 반영해 이 지수를 2022년부터 산출하고 있다.

“암호화폐와 같이 움직인다”는 NFT의 시세 동조화 현상도 옛일이 됐다. NFT 데이터 플랫폼인 NFT고에 따르면 NFT 시가총액은 지난 3월 10일 128억1017만달러(약 17조7300억원)에서 이날 58억4398만달러(약 8조900억원)로 4개월 만에 반 토막 났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은 같은 기간 16% 하락하는 데 그쳤다. NFT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NFT 사업에 뛰어들었던 업체들이 하나둘 시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롯데홈쇼핑, 현대백화점, KT 등이 관련 서비스 운영을 중단했다.

NFT 시장이 암흑기로 접어들었지만 정부의 규제 허들은 한층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NFT의 가상자산 판단 기준을 지난달 공개했다. 이에 따라 마케팅 목적으로 NFT를 앞서 발행한 국내 업체들은 가상자산사업자로 규정받아 관련 인증과 인력을 확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주현/김주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