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 생산 계약을 처음 따냈다. 일본 스타트업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이 반도체 물량은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협력사와 협업해 수주했다. TSMC가 대만에서 강력한 파운드리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삼성도 국내 기업 간 협업체제를 강화하는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및 ‘세이프 포럼 2024’를 열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는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사) 고객들과 협력하기 위해 선단 공정 외에 다양한 이미지센서, 무선주파수(RF) 반도체 구현을 위한 스페셜티 공정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AI 솔루션을 제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태계 강화 성과와 지원 방안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국내 디자인하우스인 가온칩스와 협력해 일본 AI 반도체 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의 AI 가속기를 수주한 것을 대표 성과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PFN의 반도체를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고, 2.5D(2.5차원) 패키징까지 한꺼번에 지원하는 ‘턴키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 파운드리를 사용하는 텔레칩스, 어보브, 리벨리온 등 국내 팹리스 3사도 삼성과의 협력 성과와 비전을 공유했다.

삼성전자는 AI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 팹리스, 디자인하우스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후공정 등 주변 생태계가 강해야 한다. 대만에는 팹리스가 설계한 도면을 생산 공정에 맞게 다시 그리는 디자인하우스만 200개가 넘는다.

삼성전자는 AI 턴키 솔루션을 차별화 전략으로 제시했다. 종합 반도체기업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사들은 양복을 맞추듯 칩 제작 전 단계를 삼성전자에 맡길 수 있다. 이렇게 하면 AI 칩 납품 기간을 20%가량 단축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TSMC를 추격하기 위한 기술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꼽았다. 삼성전자는 2022년 세계 최초로 GAA 구조 기반 생산에 성공했으며, 올해 하반기 2세대 3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 TSMC는 내년 2나노 공정부터 GAA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