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이 외식업주가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를 주문 음식값의 6.8%에서 약 1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촉발한 소비자 대상 무료 배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수료 인상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음식 배달시장의 약 60%를 장악한 배민이 수수료를 올려 입점 외식업주의 부담이 가중되면 결국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무료배달 출혈 경쟁에…배민, 수수료 올린다
9일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중개 수수료 인상을 포함한 요금제 개편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민은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직접 맡는 ‘알뜰배달’과 ‘한집배달’에서 6.8%의 정률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다. 배민 수수료는 경쟁사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쿠팡이츠의 중개 수수료는 9.8%, 요기요는 12.5%다.

배민 수수료는 쿠팡이츠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이츠 수수료는 배민보다 3%포인트 높다. 현재 배민은 요기요를 제치고 배달 앱 2위로 올라선 쿠팡이츠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 4월 쿠팡 유료 멤버십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결과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배민과 쿠팡이츠 점유율이 거의 비슷한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와 요기요가 유료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 혜택을 늘리면서 배달 플랫폼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배민도 수수료 인상과 구독제 모델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배민은 그동안 무료 체험으로 제공하던 무료 배달 구독제 서비스 ‘배민클럽’을 월 3990원에 유료화했다.

배민이 중개 수수료 인상을 검토하는 것은 경영 위기에 처한 모기업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DH는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관련 벌금 4억유로(약 6000억원) 이상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7일 밝혀 장중 주가가 17% 하락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배민 인수 후 처음으로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간 DH가 한국 사업에서 수익을 극대화해 지난해 이상의 배당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조4155억원, 영업이익은 699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9%, 65% 늘었다. 이와 관련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DH의 요구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 자체 판단에 따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무료 배달 경쟁 상황에서 우리가 불리한 여건이라는 인식이 있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배민의 수수료 개편 움직임은 정부가 최근 소상공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배달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와 더 주목을 끈다. 정부는 이달 플랫폼 사업자와 외식업, 관계부처,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가동해 연내 상생 협력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