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발언에도 유가 1% 내려…3거래일 연속 내림세[오늘의 유가]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요 감소 전망에 국제 유가가 하락했다. 강달러 기조가 계속되는 데다 주요 소비국인 중국의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서다. 허리케인 베릴이 석유 생산에 미칠 우려도 종식되며 상승분을 완전히 반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1개월 간 국제유가 추이/자료=오일프라이스
최근 1개월 간 국제유가 추이/자료=오일프라이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유(WTI) 8월물은 전장보다 52센트(0.63%) 하락해 배럴당 81.81달러에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물은 전일대비 83센트(0.97%) 내린 배럴당 84.9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지난 5일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음에도, 경기 침체로 인해 원유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이후 유가는 더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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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파월 Fed 의장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반기 연례 연설에서 "정책 금리(억제력)를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적게 내리면 경제 활동과 고용이 과도하게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경기 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어 파월은 "정책 입안자들은 2% 목표 달성을 위해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시장의 섣부른 판단에는 선을 그었다.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인한 수요 감소 전망도 유가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12% 소폭 상승한 105.12로 집계됐다. 원유는 통상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원유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 데니스 키슬러 BOK파이낸셜 수석부사장은 "원유 시장이 불안한 거래에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석유 소비의 6분의 1을 담당하는 중국에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유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로 끝나는 주에 전 세계 유조선 86척만이 중국을 향후 3개월 동안의 다음 목적지로 지정했다. 이는 직전 주보다 5척 적고, 2022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유 컨설팅업체 FGE그룹의 미아 갱 분석가는 "3분기 중국의 원유 수입은 하루 약 1100만 배럴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지만, 3분기 후반부터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8일 허리케인 베릴이 미국 내 석유 생산의 40%를 담당하는 지역인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했지만 별다른 피해가 크지 않았던 점도 공급 안정 전망에 힘을 실었다. 내륙으로 이동한 베릴은 열대성 사이클론으로 위력이 약화되며 루이지애나주 슈리브포트 북쪽 인근에 상륙했다. 텍사스의 주요 석유 운송 항구와 생산 시설은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율리아 그릭스비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9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허리케인 베릴이 상륙하면서 당장 대규모 생산 중단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다"면서 "유가가 4주간 상승세를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10일 보고하는 미국 원유 재고 데이터에 주목할 전망이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