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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35억달러 투자한 곳에…中 "묻고 5배로 더 가"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중국이 전력망을 개선하는 데만 8000억달러(약 1107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석탄 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 급속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전력망 과부하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리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첫 4개월 동안 전력망 프로젝트에 1229억위안(약 170억달러)을 투자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9% 증가했다. 작년 10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전력망 투자 계획(35억달러)보다 5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리스타드는 "중국의 전력망 관련 자본 지출은 올해 연간 1020억달러 가량에서 2030년엔 157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중국은 송·배전망 투자를 가장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나라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송·배전망 확장의 약 3분의1이 중국에서 이뤄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에서 연식이 10년 미만인 송·배전선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광활한 나대지가 많은 서북부의 에너지 자원을 최대 전력 수요 중심지인 동부로 연결하는 50만㎞짜리 송전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막대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전력망 압박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엔 5개 성의 100개 이상 도시에서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배전선 연결 작업을 중단했다. 최근 들어 직할시, 자치구 등을 포함한 34개 성급 행정 단위 가운데 12곳이 태양광 발전소들에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역 전력망에 전기를 받아줄 여력이 없으니 자체적으로 저장해두라는 의미다.

기후에너지 파이낸스의 수양 동 중국 분석가는 "현재 중국의 (전력망) 지출 수준은 (높긴 하지만) 태양광·풍력의 신규 용량이 추가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투자가 전력망 투자를 압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드매킨지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전 세계 풍력 용량의 65%와 태양광 용량의 60%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 전력망의 과부하로 이어져 오히려 전기가 적시에 공급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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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부 윈난성은 지난해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전년보다 두 배로 늘렸지만, 올해 약 10%의 전력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북서부 칭하이성도 비슷한 상황이다. 낮 시간대에 생산된 태양광 전기의 대부분이 연결될 전력망을 찾지 못해 마냥 낭비되고 있다. 칭하이성은 저녁엔 피크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근접한 성의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다.

동 분석가는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및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전력 사용 비중이 2006년 12%에서 지난해 19%로 늘었다"며 "이 부문에 쓰이는 전기가 전력 수요의 장기적인 증가세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올해 첫 4개월 동안 전기 수요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중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2%를 앞질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배경 속에서 정부는 전력망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시장 시스템에 대한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켄 리우 UBS 분석가는 "전력 흐름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전력망 분야 총 자본 지출의 최대 15%가 소프트웨어 부문에 할당될 것으로 예상했다. 15%는 초고압선, 30%는 지역 배전 시스템, 나머지 40%는 송전선 확장에 쓰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리우 분석가는 "변압기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에서 급증한 태양광 발전소가 대부분 지붕형 소규모 발전소인 점은 긍정적이라고 동 분석가는 말했다. 분산전원으로서 지역 전력망에 연결될 필요를 줄인다는 점에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