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한국의 대표 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회원 20명 중 13명이 올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첫 기준 금리 인하 시점은 10월로 꼽은 전문가(10명)가 가장 많았다.

10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회원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명(90%)이 하반기 원·달러 환율 고점을 1390~1440원 으로 전망했다. 이중 13명은 환율이 1400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미국의 성장률 격차 때문에 환율이 144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응답했다. 연말 환율 수준도 '1350~1400원 미만'의 고환율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 환율 고점을 1420원으로 제시했지만 연말에는 1350원 미만으로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신호가 나오면 환율이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이 더 오르더라도 1300원대에 머무를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로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낮다”며 "1390원에서 상승이 멈춘 후 연말 1200원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으로는 10월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 질문에 응답한 19명 중 10명이 10월 인하 가능성을 높게 봤다. 5명은 8월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묻는 설문에 답변한 19명 중 7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10월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본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를 확인한 후 한국도 인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 많았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을 강조히는 한은 총재의 발언 등을 고려하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9월에 1회 인하하고 한국이 10월에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첫 금리 인하가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은 부총재를 지낸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이 안정되는 추이를 봐야한다”며 “11월 인하 가능성이 높지만 첫 금리 인하가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인하를 전망한 전문가들은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한국의 물가 안정 추세가 뚜렷하다”며 8월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추세적으로 목표(2%)로 수렴하고 있는 반면 내수와 투자는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통화정책 시차를 고려하면 3분기 중 인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말 기준금리 수준은 13명이 연 3.25%를 제시했다. 한은이 금리를 한차례만 내릴 수 있다는 예상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의 잔불을 끄면서 나아가야 한다”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주요국보다 기준금리가 높지 않고, 대출금리도 이미 낮아져 있다”며 “주요국보다 적게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명은 연 3.0%까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연말로 갈수록 내수부진이 심화할 것”이라며 “인하가 늦어진만큼 연속 인하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