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값 또 최고가 갱신, 라바짜 회장 "더 오른다" [원자재 포커스]
고급 아라비카 이어 로부스타도 '신기록'
코로나19 이전보다 3배 이상 올라
내년 EU규제로 브라질 아라비카 원두 급등 전망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커피 원두의 가격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후 변화, 운송 차질 등으로 인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탈리아 커피 기업 라바짜 커피의 오너 주세페 라바짜 라바짜 그룹 회장은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올해 이미 약 15% 상승한 영국 슈퍼마켓 진열대의 커피 가격이 내년까지 여기서 10% 가까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토리노에 본사를 둔 라바짜 커피는 한국에도 진출한 이탈리아의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라바짜 가문은 4대째 기업을 이끌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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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벤치마크인 런던 로부스타 원두 선물은 ICE선물거래소에서 이날 t당 4844달러까지 치솟으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부스타 커피 원두 가격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 재배국의 작황 부진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약 70% 급등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가격인 t당 1400달러에 비해 3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라바짜 회장은 "커피 공급망은 매우 압박을 받고 있다"며 "커피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매우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 예보에 따르면 다음 베트남 커피 농장의 수확량은 인스턴트 커피에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부스타 품종의 세계 최대 생산국인 베트남에서 가뭄이 이어진 탓이다. 고급 아라비카 원두 역시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뉴욕의 아라비카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5달러에 육박하며 2022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헤지 펀드 등 투기 세력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선물 가격을 더욱 상승시키고 있다. 라바짜 회장은 "투기가 (가격 상승의)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라바짜 회장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라바짜 같은 커피 로스터들이 가격을 인상하고 이윤을 줄여야만 했다"고 말했다. 운송 비용 상승도 원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상선들이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돌아가는 더 긴 경로로 운항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와 동아프리카 국가에서 원두를 조달하는 유럽 커피 회사에는 큰 타격을 준다.

삼림 벌채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와 기타 6개 품목의 수입을 금지하는 새로운 새로운 유럽연합(EU) 규제로 인해 유럽에선 커피값이 더 상승할 전망이다. 새로운 규정은 내년 초에 발효되며,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식품 회사들은 상품이 생산되는 토지의 지리적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라바짜 회장은 "커피 업계에선 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곳이 농가의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파악한다"고 말합니다. 유럽의 커피 로스터들이 거의 모든 원두를 브라질에서 조달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브라질이 상대적으로 규제에 대한 대비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이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