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통이 살렸다'…폭우에 고립된 편마비 주민 구한 소방관

밤사이 내린 폭우로 하천이 넘쳐 고립된 주민들을 신속하게 구조한 데는 소방관들의 번뜩이는 기지가 있었다.

10일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12분부터 완주군 운주면 일대에서 '하천이 범람했다'는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됐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장선천이 범람해 주민 18명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혔다는 내용이었다.

이 중 일부는 급하게 대피하느라 연락이 닿지 않아 가족들이 새벽부터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집 안에서 빠져나온 주민 대부분은 음식점이나 펜션 옥상 등에서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원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이 있는 곳마다 달려가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차오른 상황에서도 주민들은 구조대원 안내에 따라 천천히 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순탄했던 대피 과정에서 구조대원들은 거동이 불편한 한 주민을 만나게 됐다.

이 주민은 한쪽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편마비' 증상이 있어 자력으로 이동하는 게 불가능했다.

고민하던 구조대원들은 주변을 훑다가 마을 옆 논에서 붉은색 고무통을 하나 발견했다.

사람 한 명이 온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임을 확인하고 몸이 불편한 이 주민을 이 통에 태웠다.

구조대원들은 고무통이 빗물에 휩쓸리거나 뒤집어지지 않도록 양쪽에서 밀고 끌며 거센 물살을 빠져나왔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불편한 몸으로 자칫 물에 들어갔다가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고무통을 하나 구해왔다"며 "주민 모두가 무사히 대피해 다행"이라고 전했다.

이날 구조 작업은 최초 신고 약 3시간 만인 오전 7시 17분께 마무리됐다.

대피한 주민 모두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행정복지센터와 파출소, 교회 등에 모여 간밤의 아찔했던 고비를 넘긴 것에 안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