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반 약한 신진 의원들 "선거 얼굴 중요"…40대 고이즈미 전 환경상 등 주목
日자민당, '도쿄선거 쇼크'에 세대교체론…"참신한 총재 뽑아야"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 40대 무소속 후보의 도쿄도 지사 선거 돌풍과 파벌 해체를 계기로 참신한 인물을 차기 총재로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0일 보도했다.

특히 자민당이 민주당에 정권을 빼앗긴 2009년 이후 처음 당선된 4선 이하 중견·신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9월 총재 선거에서는 세대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번 총재 선거에는 '비자금 스캔들'로 당원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인물을 제외한 자민당 의원 371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중 4선 이하가 약 140명이다.

닛케이는 '아소파'를 제외한 5개 파벌이 모두 해산을 선언하면서 젊은 의원들이 파벌 울타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민당 간판'이 될 새로운 인물을 추대하기 쉬워졌다고 짚었다.

이들이 차기 총재로 기대하는 인물은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환경상, 후쿠다 다쓰오(57) 전 자민당 총무회장, 고바야시 다카유키(49) 전 경제안보담당상, 사이토 겐(65) 경제산업상 등이다.

도쿄 지사 선거에서 '깜짝 2위'를 차지한 이시마루 신지 전 히로시마현 아키타카타 시장과 비슷한 연배인 40대 초반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최근 주요 언론이 실시한 차기 총리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에 이어 여러 차례 2위에 오를 정도로 인지도와 인기가 높은 편이다.

후쿠다 전 총무회장은 비자금 문제가 터지기 전에 기존 최대 파벌인 '아베파'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았고 지난 4월부터 아베파 출신 젊은 의원들과 공부 모임을 열고 있다.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 4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향후 총리가 되겠다는 의욕을 드러냈고, 사이토 경제산업상은 중견·신진 의원 대상 공부 모임에서 강사로 활동한 적이 있다.

4선 이하 자민당 의원들이 참신한 인물을 갈구하는 배경에는 비자금 스캔들과 도쿄도 지사 선거 충격이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신문은 "당선 횟수가 적어 지역 기반이 불안정한 의원은 '(중의원) 선거 얼굴'에 민감하다"며 "비자금 문제를 계기로 차기 중의원 선거는 '오래된 자민당으로부터의 탈피'와 정치 개혁이 쟁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지난 7일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1982년생인 이시마루 전 시장이 기성 정당 지지 없이도 2위에 오르자 선거에서 지명도가 낮다는 것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시마루 전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 지지를 받은 여성 스타 정치인 렌호 전 참의원(상원) 의원보다 37만여 표 더 많은 165만여 표를 얻으면서 일본 정치권에 이른바 '이시마루 쇼크'를 일으켰다.

지금까지 주요 언론이 주목한 총재 후보는 대부분 연륜 있는 중진 인사였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내각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재선을 노리고 있고,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미 네 차례나 총재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이전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와 경쟁한 고노 다로 디지털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기시다 내각에서 요직을 맡았다.

다만 중견·신진 의원들이 추대하려는 참신한 인물은 정치 경험이 적어 외교 무대에서 활약하기 힘들다는 점이 불안 요소로 부상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현행 규정상 9월 20∼29일에 실시돼야 한다.

9월 24일(현지시간) 시작되는 유엔 총회를 고려해 그달 20일에 치르는 방안, 규정을 개정해 선거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 등이 당내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이에 따라 자민당 새 총재는 일본 총리로 취임하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