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10분, 강남 30분"…'은평구의 재발견' 5개월새 2억 뛰었다
“지하철 3호선을 타면 경복궁역까지는 10분이 안 걸리고, 강남도 30분이면 갑니다. 마포나 성동구에 비해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부부한테 인기가 많아요.” (서울 은평구 A공인 관계자)

올 초 강남권과 도심 등 주요 지역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마포·성동·광진구 등을 넘어 은평구로 확산하고 있다. 지하철 3호선 녹번역 인근 준공 5년 이내 새 아파트에서는 최고가 거래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대중교통을 통해 도심과 강남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주요 지역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최근 집값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30·40대 수요자가 은평구로 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광화문 10분, 강남 30분"…'은평구의 재발견' 5개월새 2억 뛰었다

녹번역 인근서 최고가 속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평구 응암동 ‘힐스테이트 녹번역’ 전용 84㎡ 3가구가 지난달 12억1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1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12억1000만원)와 같은 기록이다. 거래량도 확 늘었다. 이 단지에서만 지난달 9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올 초에는 한 달 거래량이 2~4건에 불과했다.
힐스테이트녹번역.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녹번역.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녹번역은 2021년 4월 준공한 새 아파트다. 총 11개 동, 879가구 규모다. 지하철 3호선 녹번역 3번 출구와 붙어있다. 전용면적 41㎡ 초소형부터 84㎡ 중소형까지로 이뤄져 있다.

같은 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도 최근 들어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5일 13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1월에는 같은 면적 거래가가 11억~11억2500만원 선이었지만, 5개월 만에 2억원이 뛰었다. 2022년 4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13억7000만원)에 바짝 따라붙었다.

2020년 5월 준공된 이 단지는 2569가구로 규모가 크다. 6월에만 19가구가 손바뀜했다. 지난 5월 이후 40가구가 거래돼 서울에서 거래량이 12번째로 많은 단지였다. 이 단지보다 거래량이 많은 아파트는 대부분 5000가구 안팎의 대단지다.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한경DB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한경DB
통일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녹번동 ‘힐스테이트녹번’은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더딘 편이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0억5000만~11억2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1월 같은 면적이 10억3900만원에 거래된 후 5개월 만에 3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2018년 10월 입주해 올해로 7년 차를 맞은 952가구 규모 단지다.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준공 전까지 녹번역 일대 대장 아파트를 차지했지만, 인근 주요 상권 등 인프라가 응암동 쪽으로 형성돼 길 건너 단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기가 늦게 뻗쳤다. 불광역 방향으로 ‘래미안 베라힐즈’(1305가구, 2019년 준공), ‘북한산푸르지오’(1230가구, 2015년 준공) 등의 단지가 이어진다. 녹번역 역세권에는 준공 10년 이내 새 아파트만 7000가구 가까이 몰려 있는 셈이다.
힐스테이트녹번. 한경DB
힐스테이트녹번. 한경DB

평화로운 산세권…대중교통도 우수

녹번역 인근 단지 거래 증가로 은평구 전체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은평구 아파트 가격은 전 주 대비 0.21% 상승했다. 연간 누적으로는 0.63% 올랐다. 강남권과 가까워 ‘강남 4구’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강동구(0.50%)보다도 높다. 도봉구(-0.84%), 강북구(-0.43%), 노원구(-0.37%), 구로구(-0.01%) 등 서울 중저가 지역 상당수가 아직 연간 누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녹번역 일대는 지하철 3호선으로 연결돼 도심과 강남 주요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직장인의 선호도가 높다. 광화문 인근 3호선 경복궁역까지는 지하철 4개 역, 8분 거리다. 2·3호선 교대역에 가려면 17개 역, 33분을 이동하면 된다. 녹번역에서 2개 역 거리인 연신내역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연말 연결될 전망이다.
수도권 지하철 3호선 노선도. 서울교통공사
수도권 지하철 3호선 노선도. 서울교통공사
백련산과 북한산 등이 가까운 ‘산세권’ 단지로 평가받는다. 깨끗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주변 산과 단지 조경이 어우러져 리조트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학군은 아쉬운 편이다. 길을 건너면 녹번역과 붙어 있는 은평초가 있다. 중·고등학교가 멀다. 가장 가까운 영락중이 주요 단지에서 1㎞가량 떨어져 있다. 홍은중은 백련산 자락 반대편에 자리해 접근성이 좋지 않다. 고등학교는 주요 단지 반경 1㎞ 안에 단 한 곳도 없다.

대중교통은 편리하지만, 도로교통은 상황이 좋지 않다. 경기 고양시와 은평구, 서대문구 주민이 도심으로 이동할 때 모두 통일로로 몰리기 때문에 출·퇴근길 차량 정체로 악명이 높다.

은평구 A공인 관계자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기 편리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신혼부부나 초등학생 아이 키우는 가족이 녹번역 인근 단지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서울 역세권에 새 아파트가 이렇게 몰려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수요도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