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탄소배출권 시장-상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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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급증으로 기후 위기 대응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탄소 상쇄 크레딧을 구매해 배출량을 줄이는 대신 탄소 제거 크레딧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9일(현지시간)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으로부터 향후 6년 동안 50만 개의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옥시덴탈에 대기에서 탄소를 제거해 지하에 저장하는 직접탄소포집(DAC)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자사의 탄소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통상 1크레딧은 탄소 감축량 1톤에 부여된다.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억 달러 상당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사는 "탄소 크레딧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옥시덴탈이 DAC 프로젝트에서 생성된 탄소 크레딧을 약 1000달러의 시장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마이크로소프트에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구매하기로 한 옥시덴탈의 첫 번째 DAC 프로젝트는 서부 텍사스에 위치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DAC 시설로, 내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블랙록이 작년 11월 5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공동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5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2020년 이후 총 탄소 배출량이 29.1% 늘었다”고 발표했다. 스코프 1, 2에 해당하는 직접적인 탄소 배출량은 2020년 대비 6.3% 줄었지만, 스코프 3(공급망)의 간접 배출량이 30.9%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주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사용된 반도체, 연료, 건축자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구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구글이 이달 초 발표한 연례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 배출량은 2019년 대비 48% 증가했다. 2022년과 비교해도 13% 늘었다. 구글 역시 "전력 집약적인 AI 인프라를 구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AI 열풍에 의한 에너지 과소비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을 '2030년 탄소 배출 제로' 목표에서 한층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이에 빅테크들은 원전 직접 구매, 탄소 크레딧 구매 등을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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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후 위기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제철, 유리 등 특정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과 같이 제거하기 어려운 배출량을 '캡앤트레이드(Cap and Trade)' 방식으로 상쇄하는 데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타 업종의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배출 가능한 할당량을 부여받지 않은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탄소 크레딧 구매를 통해 배출량을 상쇄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린워싱(위장 친환경주의)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이 2022년 직접 배출량 등을 상쇄하기 위해 사들인 크레딧은 약 300만 톤 어치에 달한다. 하지만 구글은 이제 탄소 크레딧 구매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구글은 이달 초 환경 보고서에서 "탄소 상쇄 프로젝트의 크레딧 구매를 중단하고, 이를 통해 구글의 운영 방식이 탄소 중립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린워싱 논란이 계속되는 탄소 크레딧 구매 대신 배출량을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데에 집중할 예정이란 의미다.

구글은 잔여 배출량에 대해선 탄소 제거 크레딧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2022년 탄소 제거 시장(CDR)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기금에 2억달러를 기부했다. 이후 참인더스트리얼, 리토스 카본, 카본 캡처 등 3개 회사로부터 6만2500톤의 탄소 제거 크레딧을 계약했다. 하지만 향후 구글은 작년에 1430만 톤의 총 배출량(직간접적 배출량 포함)을 기록했다.

다른 기업들도 탄소 상쇄가 그린워싱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대안을 찾고 있다. 식품 기업 네슬레, 글로벌 명품 브랜드 구찌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 항공사 이지젯, 바닥재 기업 인터페이스 등도 크레딧 구매를 중단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