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얀 권유로 스피커 만든 전대미문의 소리 조율사 한스 도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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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코난의 맛있는 오디오
악기를 닮은 스피커
악기를 닮은 스피커
세상에 어떤 오디오 파일을 막론하고 평생 가져가는 오디오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게 성격이 급한 사람의 경우 한 번에 끝내려고 한다. 돈오돈수인지 돈오점수인지. 결국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것이란 오디오에서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떤 자극이 주어지면 처음엔 반응하지만 나중엔 더 큰 자극이 있어야 반응하기 마련이다. 그런 자극을 원하는 이유는 음악 때문이다. 원래 자주 애청하는 레퍼토리 혹은 새로운 음악을 접하던 어느 평화롭던 일순간, 애지중지하던 오디오가 하루아침에 대문 밖으로 쫓겨 나가기도 한다. 점입가경으로 흐르는 가운데 만나는 것은 하이엔드 오디오가 아니라 다른 것일 수 있다. 이미 오디오 역사는 단지 객관적 성능의 우열이 아니라 다양한 개성을 통해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크게 나누면 하나는 다이내믹레인지, 해상력, 정위감 등의 끝없는 진보를 통한 하이엔드 제품들이다. 특히 스피커는 모든 통울림을 제거하고 오직 유닛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데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런데 다른 한 편에서는 풀레인지 또는 평판 스피커 등이 마니아의 사랑을 받는다. 나왕으로 만든 통에 넣은 탄노이 동축이나 커다란 통 안에 마치 꽃봉오리처럼 하얗게 눈을 뜨고 있는 로더, 이젠 더 이상 생산되지 않은 웨스턴 일렉트릭에까지 그 영역이 뻗어있다. 몇몇 메이커들이 주도하는 악기와 스피커의 융합은 다른 의미에서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다른 축으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스피커는 스타인웨이&선스의 스피커다. 피아노 브랜드가 웬 스피커냐고? 직접 만든 것은 아니고 스타인웨이&선스가 덴마크의 하이엔드 오디오계 대부라고 할 만한 피터 링돌프와 손잡고 스피커를 만든 것. 사실 스타인웨이의 창립자는 공학 엔지니어로서 굉장히 까다로운 음향적 기준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기존 하프시코드보다 훨씬 더 큰 다이내믹레이지를 가지면서도 아름다운 사운드를 낼 수 있는 피아노를 만들기 위해 물리학자 헬름홀츠 박사와 손잡고 피아노를 만든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스타인웨이 링돌프 스피커는 스타인웨이&선스의 음향적인 목표와 과학적 원리가 링돌프 오디오의 설계 철학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만들어질 수 있었다. 무려 160년 동안 절대 외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제품을 내놓지 않았던 그들이 설득당할 수 있었던 것은 링돌프 오디오와의 공학적 접점 때문이다. 커다란 콘서트홀에서도 당당히 커다란 소리부터 아주 작은 소리까지 섬세한 다이내믹 컨트라스트를 얻을 수 있는 피아노와 같은 스피커를 만들기로 했다. 스피커는 스피커고 악기는 악기일 뿐이라는 세간의 선입견을 깨버린 대표적인 사건이다. 사실 그 안에 담긴 것은 공학이며 물리학이고 음향과 관련된 과학적 산물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더 월 럭셔리’에 스타인웨이 링돌프의 ‘모델 O’를 매칭해 쇼케이스를 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우리는 일찍이 뵈젠도르퍼라는 세계 최고의 피아노 브랜드에서 스피커를 출시했던 것을 기억한다. 필자의 경우도 유심히 피아노곡들을 듣다가 많은 앨범의 크레딧에서 그 선명한 브랜드명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이 악기가 아니라 스피커라는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뵈젠도르퍼 엔지니어 팀의 일부가 독립해 만든 또 하나의 걸출한 피아노 브랜드이자 스피커 메이커 브로드만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 중심엔 한스 도이치(Hans Deutch)라는 전대미문의 사운드 조율사가 존재한다.
1964년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음악 교육을 받던 한스 도이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으로부터 음악이 아닌 스피커 제작을 해보기를 권유받은 후 본격적으로 스피커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피커 설계 기술 개발을 위해 여러 연구를 진행했다. 디스토션을 최소화하기 위한 ‘Acoustic Active Principle', 2세대 ’HornResonator' 등 그의 연구는 엄청나게 방대하게 이루어졌고 이를 스피커 제조사에 라이센스로 제공하고 있다. 브로드만 스피커는 뵈젠도르퍼라는 피아노 그리고 한스 도이치에 빚지고 있다. 독일 풀레인지 스피커 메이커 보자티브의 캐비닛엔 126년 역사의 피아노 제작자 쉼멜의 손길이 깊게 드리워있다. 클래식과 정밀 공학의 심장 독일에서 날아온 보자티프(Voxativ)는 어떤 브랜드일까? 보자티브를 이끌고 있는 이네스 아들러는 순수 제작자로서 특이하게도 자동차 관련 엔지니어 출신이다. 독일 베를린에 보자티프를 세우기 이전 이미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엔진 개발을 담당했고 여러 특허를 취득하기도 한 엔지니어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풀레인지 스피커 마니아로서 로더 유닛에 대단히 심취해있던 오디오파일이기도하다.
결국 그녀는 보자티프를 설립 후 풀레인지 스피커에 대한 혁신을 이뤄내기 시작했다. 보자티프 스피커들은 보기에 그저 과거의 풀레인지 스피커를 계승한 회고적 스피커로 보이지만 내면을 보면 커다란 혁신을 내포하고 있다. 그 근간엔 126년 역사의 피아노 제작사 쉼멜(Schimmel), 그리고 75년 역사의 풀레인지 유닛 메이커 로더(Lowther)가 존재한다. 그 중 쉼멜은 바로 보자티브 스피커의 피아노 마감을 담당한다. 마감 자체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묻는다면 음향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악기들의 바디 표면은 소리가 떠나 가장 근거리에서 먼저 닿는 부분이다. 회절과 난반사 등 대단히 다양한 음향적 왜곡이 일어나고 때론 독특한 잔향을 만들어낸다. 야마하가 스피커 마감을 자사의 피아노 마감 공정과 동일하게 처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일본의 한 악기 공방에서는 기타가 아니라 키소 어쿠스틱이라는 스피커의 캐비닛을 만들어냈다. 다름 아닌 일본의 기타 캐비닛 제작사 타카미네에서 기타가 아닌 스피커의 인클로저를 가공하고 있는 것이다. 스피커 브랜드는 키소 어쿠스틱. ‘키소 어쿠스틱은 악기와 비슷한 캐비닛을 만들어 채용했으므로 악기와 같은 소리를 낸다’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그럴까?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소리를 내는 프로세스 자체가 악기와 스피커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스피커 인클로저가 가진 울림의 특징이 음색에도 묻어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키소 어쿠스틱은 악기에 사용하는 톤우즈(Tone-Woods)를 그 재료로 사용해 스피커 자체 공진을 단순히 억제하지 않고 나무 자체의 울림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쪽을 택했다. 두께는 2.6mm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얇게 디자인했다. 또한 이 자그마한 HB-1의 캐비닛은 측면의 패널을 제외하고는 하나의 판이 이어져 있는 구조로 짜맞춤 방식에 비해서도 접합면에서 생기는 불규칙한 디스토션을 효율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얇은 나무 소재이지만 정성스레 가공간 악기용 톤우즈를 사용하고 일체화된 소리통으로 만들어 자체 울림은 적절히 활용하되 인클로저의 구조적 결함과 가공 수준 때문에 생기는 공진은 철저히 억제하는 제작 방법이다. 과연 소리는 마치 오랜 시간 동안을 들여 최고의 재료로 빚어낸 장인의 커스텀 기타와 같은 낭낭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내준다.
아마도 일부 하이엔드 메이커들의 엔지니어들에게 이런 스피커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가끔은 스피커가 악기였으면 할 때가 있다. 때론 그게 더 매력적일 때가 있으니까. 스타인웨이 링돌프, 브로드만 그리고 보자티프와 키소 어쿠스틱. 그들이 소리에 대한 기준과 이론 없이 그저 악기를 흉내 내는 수준에서 스피커를 만들었을까? 인간의 감성을 흔들게 만드는 것은 공학 이상의 소리에 대한 철학과 소리의 출발점인 악기에 대한 이해부터 출발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그 목표 지점이 같을 때 결과물은 희한할 만큼이나 비슷하다.
지메르만이 스타인웨이를, 안드라스 쉬프가 뵈젠도르퍼를, 그리고 플레트네프는 시게루가와이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각 연주자가 원픽으로 꼽는 악기 브랜드와 같은 음향적 이데아를 녹여낸 스피커라면 그들의 음악을 듣는 일이 더욱 즐거울 것이다.
코난 오디오 평론가
▶▶▶(관련 기사) 韓 찾는 3인3색 '건반 위의 거장들'이 선택한 피아노 파트너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떤 자극이 주어지면 처음엔 반응하지만 나중엔 더 큰 자극이 있어야 반응하기 마련이다. 그런 자극을 원하는 이유는 음악 때문이다. 원래 자주 애청하는 레퍼토리 혹은 새로운 음악을 접하던 어느 평화롭던 일순간, 애지중지하던 오디오가 하루아침에 대문 밖으로 쫓겨 나가기도 한다. 점입가경으로 흐르는 가운데 만나는 것은 하이엔드 오디오가 아니라 다른 것일 수 있다. 이미 오디오 역사는 단지 객관적 성능의 우열이 아니라 다양한 개성을 통해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크게 나누면 하나는 다이내믹레인지, 해상력, 정위감 등의 끝없는 진보를 통한 하이엔드 제품들이다. 특히 스피커는 모든 통울림을 제거하고 오직 유닛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데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런데 다른 한 편에서는 풀레인지 또는 평판 스피커 등이 마니아의 사랑을 받는다. 나왕으로 만든 통에 넣은 탄노이 동축이나 커다란 통 안에 마치 꽃봉오리처럼 하얗게 눈을 뜨고 있는 로더, 이젠 더 이상 생산되지 않은 웨스턴 일렉트릭에까지 그 영역이 뻗어있다. 몇몇 메이커들이 주도하는 악기와 스피커의 융합은 다른 의미에서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다른 축으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스피커는 스타인웨이&선스의 스피커다. 피아노 브랜드가 웬 스피커냐고? 직접 만든 것은 아니고 스타인웨이&선스가 덴마크의 하이엔드 오디오계 대부라고 할 만한 피터 링돌프와 손잡고 스피커를 만든 것. 사실 스타인웨이의 창립자는 공학 엔지니어로서 굉장히 까다로운 음향적 기준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기존 하프시코드보다 훨씬 더 큰 다이내믹레이지를 가지면서도 아름다운 사운드를 낼 수 있는 피아노를 만들기 위해 물리학자 헬름홀츠 박사와 손잡고 피아노를 만든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스타인웨이 링돌프 스피커는 스타인웨이&선스의 음향적인 목표와 과학적 원리가 링돌프 오디오의 설계 철학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만들어질 수 있었다. 무려 160년 동안 절대 외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제품을 내놓지 않았던 그들이 설득당할 수 있었던 것은 링돌프 오디오와의 공학적 접점 때문이다. 커다란 콘서트홀에서도 당당히 커다란 소리부터 아주 작은 소리까지 섬세한 다이내믹 컨트라스트를 얻을 수 있는 피아노와 같은 스피커를 만들기로 했다. 스피커는 스피커고 악기는 악기일 뿐이라는 세간의 선입견을 깨버린 대표적인 사건이다. 사실 그 안에 담긴 것은 공학이며 물리학이고 음향과 관련된 과학적 산물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더 월 럭셔리’에 스타인웨이 링돌프의 ‘모델 O’를 매칭해 쇼케이스를 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우리는 일찍이 뵈젠도르퍼라는 세계 최고의 피아노 브랜드에서 스피커를 출시했던 것을 기억한다. 필자의 경우도 유심히 피아노곡들을 듣다가 많은 앨범의 크레딧에서 그 선명한 브랜드명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이 악기가 아니라 스피커라는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뵈젠도르퍼 엔지니어 팀의 일부가 독립해 만든 또 하나의 걸출한 피아노 브랜드이자 스피커 메이커 브로드만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 중심엔 한스 도이치(Hans Deutch)라는 전대미문의 사운드 조율사가 존재한다.
1964년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음악 교육을 받던 한스 도이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으로부터 음악이 아닌 스피커 제작을 해보기를 권유받은 후 본격적으로 스피커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피커 설계 기술 개발을 위해 여러 연구를 진행했다. 디스토션을 최소화하기 위한 ‘Acoustic Active Principle', 2세대 ’HornResonator' 등 그의 연구는 엄청나게 방대하게 이루어졌고 이를 스피커 제조사에 라이센스로 제공하고 있다. 브로드만 스피커는 뵈젠도르퍼라는 피아노 그리고 한스 도이치에 빚지고 있다. 독일 풀레인지 스피커 메이커 보자티브의 캐비닛엔 126년 역사의 피아노 제작자 쉼멜의 손길이 깊게 드리워있다. 클래식과 정밀 공학의 심장 독일에서 날아온 보자티프(Voxativ)는 어떤 브랜드일까? 보자티브를 이끌고 있는 이네스 아들러는 순수 제작자로서 특이하게도 자동차 관련 엔지니어 출신이다. 독일 베를린에 보자티프를 세우기 이전 이미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엔진 개발을 담당했고 여러 특허를 취득하기도 한 엔지니어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풀레인지 스피커 마니아로서 로더 유닛에 대단히 심취해있던 오디오파일이기도하다.
결국 그녀는 보자티프를 설립 후 풀레인지 스피커에 대한 혁신을 이뤄내기 시작했다. 보자티프 스피커들은 보기에 그저 과거의 풀레인지 스피커를 계승한 회고적 스피커로 보이지만 내면을 보면 커다란 혁신을 내포하고 있다. 그 근간엔 126년 역사의 피아노 제작사 쉼멜(Schimmel), 그리고 75년 역사의 풀레인지 유닛 메이커 로더(Lowther)가 존재한다. 그 중 쉼멜은 바로 보자티브 스피커의 피아노 마감을 담당한다. 마감 자체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묻는다면 음향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악기들의 바디 표면은 소리가 떠나 가장 근거리에서 먼저 닿는 부분이다. 회절과 난반사 등 대단히 다양한 음향적 왜곡이 일어나고 때론 독특한 잔향을 만들어낸다. 야마하가 스피커 마감을 자사의 피아노 마감 공정과 동일하게 처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일본의 한 악기 공방에서는 기타가 아니라 키소 어쿠스틱이라는 스피커의 캐비닛을 만들어냈다. 다름 아닌 일본의 기타 캐비닛 제작사 타카미네에서 기타가 아닌 스피커의 인클로저를 가공하고 있는 것이다. 스피커 브랜드는 키소 어쿠스틱. ‘키소 어쿠스틱은 악기와 비슷한 캐비닛을 만들어 채용했으므로 악기와 같은 소리를 낸다’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그럴까?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소리를 내는 프로세스 자체가 악기와 스피커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스피커 인클로저가 가진 울림의 특징이 음색에도 묻어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키소 어쿠스틱은 악기에 사용하는 톤우즈(Tone-Woods)를 그 재료로 사용해 스피커 자체 공진을 단순히 억제하지 않고 나무 자체의 울림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쪽을 택했다. 두께는 2.6mm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얇게 디자인했다. 또한 이 자그마한 HB-1의 캐비닛은 측면의 패널을 제외하고는 하나의 판이 이어져 있는 구조로 짜맞춤 방식에 비해서도 접합면에서 생기는 불규칙한 디스토션을 효율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얇은 나무 소재이지만 정성스레 가공간 악기용 톤우즈를 사용하고 일체화된 소리통으로 만들어 자체 울림은 적절히 활용하되 인클로저의 구조적 결함과 가공 수준 때문에 생기는 공진은 철저히 억제하는 제작 방법이다. 과연 소리는 마치 오랜 시간 동안을 들여 최고의 재료로 빚어낸 장인의 커스텀 기타와 같은 낭낭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내준다.
아마도 일부 하이엔드 메이커들의 엔지니어들에게 이런 스피커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가끔은 스피커가 악기였으면 할 때가 있다. 때론 그게 더 매력적일 때가 있으니까. 스타인웨이 링돌프, 브로드만 그리고 보자티프와 키소 어쿠스틱. 그들이 소리에 대한 기준과 이론 없이 그저 악기를 흉내 내는 수준에서 스피커를 만들었을까? 인간의 감성을 흔들게 만드는 것은 공학 이상의 소리에 대한 철학과 소리의 출발점인 악기에 대한 이해부터 출발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그 목표 지점이 같을 때 결과물은 희한할 만큼이나 비슷하다.
지메르만이 스타인웨이를, 안드라스 쉬프가 뵈젠도르퍼를, 그리고 플레트네프는 시게루가와이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각 연주자가 원픽으로 꼽는 악기 브랜드와 같은 음향적 이데아를 녹여낸 스피커라면 그들의 음악을 듣는 일이 더욱 즐거울 것이다.
코난 오디오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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