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규모 350억원…대다수 HUG 가입해 피해 최소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친 일당과 과다한 수수료를 챙긴 공인중개사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기 및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A씨 등 2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하고, 이들과 범행을 공모한 바지임대인, 임대인 모집책, 분양업자 등 5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또 경찰은 전세 계약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과다하게 챙긴 혐의(공인중개사법 위반)로 공인중개사 48명과 중개보조인 79명 등 12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수도권 빌라서 '동시 진행' 수법 전세사기 친 일당 검거돼
A씨 등은 지난 2022년 1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도권 일대 신축 빌라 여러 곳을 매입하고, 임차인 120명과 각각 1억 5천만원~2억원씩 총 보증금 352억원 상당의 전세 계약을 맺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던 당시 건축주들에게 접근해 전세 계약을 맺을 임차인을 찾아 연결해주고,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도록 했다.

A씨 등은 이런 방식으로 건당 수천만원을 챙기고, 전세 계약을 중개해 준 공인중개사들에게 법정 중개 수수료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며 범행을 지속했다.

경찰은 A씨 등이 13억원 상당, 공인중개사들이 40억원 상당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등은 건축주와 임차인 간 전세 계약이 성사되는 동시에 해당 주택(호실)의 소유권을 바지임대인 명의로 이전받았다.

결국 A씨 등은 전세 계약 만료 시 임차인들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없는 상태에서 소위 '동시 진행' 수법으로 여러 채의 주택을 매입하고, 임차인들에게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도록 중개를 해 남는 차액을 편취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지속한 것이다.

A씨 등이 아무런 자본 없이 주택 보유를 늘려간 가운데 경찰은 지난해 5월 관련 첩보를 입수, 수사한 끝에 이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다행히 이번 사건 주택 120곳 중 117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HUG의 보증 상한금액은 수도권 7억원, 지방 5억원 상당이다.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이 1억 5천만원~2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피해가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계약 만료가 도래하기 전 수사에 착수, 임차인들이 문제가 발생하기 전 HUG를 통해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조처했다"며 "이른 시점에 속도감 있게 수사해 큰 피해를 막은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