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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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 중개수수료를 인상에 자영업자들은 부담이 또 다시 늘었다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올 초부터 물가가 오르면서 이미 음식 가격을 올린 식당이 많은 데다 배민발(發) 배달료 상승에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중개 수수료 3%P 높여 쿠팡이츠 수준으로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달의민족 가맹점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달의민족 가맹점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다음달 9일부터 정률형 요금제 ‘배민1플러스’의 중개 이용료율을 기존 음식값의 6.8%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한다고 10일 밝혔다. 부가세를 합치면 10.8%에 이른다. 지난 2022년 3월 프로모션을 종료하면서 음식값의 6.8%를 수수료로 받던 배민이 2년4개월 만에 수수료율을 절반 가까이(44%) 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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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의 현재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60% 정도로 추산된다. 경쟁업체인 쿠팡이츠(9.8%)와 요기요(12.5%)보다 수수료가 낮은 게 강점이었지만, 이번 인상 폭이 확정되면 배민의 수수료율(9.8%)은 쿠팡이츠와 같은 수준이 된다.

배달앱은 음식 주문을 받은 자영업자에게 수수료를 받는다. 다만 배민 측은 외식업주가 부담하는 건당 배달비는 기존 2500∼3300원에서 1900∼2900원 수준으로 인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배민은 다음달 20일부터 배달 팁 무제한 할인 혜택이 있는 ‘배민클럽’도 유료화할 예정이다.

배민의 중개수수료 인상은 경영 위기에 처한 모기업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압박 때문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DH는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관련 벌금 4억유로(약 6000억원) 이상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지난 7일 밝히면서 장중 주가가 17% 하락했다. DH는 지난해 배민 인수 후 처음으로 이익의 80%가량에 해당하는 4000억원 넘는 배당금을 챙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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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안팎에선 지난 2일 사임한 이국환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관련해 DH로부터 수익성 향상 압박을 받으며 갈등을 빚다가 물러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조4155억 원, 영업익은 69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9%, 65% 늘었다.

이번 중개수수료 인상에 따라 올해 배민의 이익과 매출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배민배달·가게배달 등 음식배달 수수료가 핵심인 배민 서비스 매출은 2조7187억원으로 전체 매출(3조4155억원)의 80%를 차지했다. 영업이익률은 20.5%였는데 배달사업의 핵심인 중개 수수료를 44% 올리면 매출과 영업익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점유율이 압도적인 배민이 막강한 소비자 ‘록인 효과’를 바탕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영업자들 "음식값 올릴 수밖에"

자영업자들은 이번 배민 수수료 인상을 두고 “전체 배달비는 오르고 정작 자영업자들 수익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중구에서 죽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42)는 수수료 인상안에 따라 주문을 받을 경우 순수익은 매출의 10%대에 그친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카드 수수료와 비정기적으로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앱) 내 쿠폰, 배달 중개료 등 배달 앱을 이용해 빠지는 수수료만 매출의 25% 정도"라며 "여기서 다시 원재룟값, 포장 부자재값, 직원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빼면 남는 게 얼마 없다“고 호소했다.

강남구의 한 샐러드 배달 전문 매장에서 만난 사장 윤모 씨(60)도 “배달비가 오르면 배달 전문점에는 치명적이다. 수익 20%는 날아갈 것”이라고 했다. 윤 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1만7000원짜리 샐러드를 팔면 그중 배달비와 중개 이용료만 6000~7000원가량 된다. 윤씨는 “여기서 재료비와 인건비 등 각종 고정지출을 빼면 1000원도 안 남을 때가 있다”면서 “배달의 90%를 배민과 쿠팡이츠로 받고 있는데 수수료가 오르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달의민족 어플로 주문한 음식이 픽업대에 올려져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달의민족 어플로 주문한 음식이 픽업대에 올려져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배달료 인상이 외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서울 서초구에서 냉면 집을 하는 박모 씨(47)는 다음달부터 배달 냉면 한그릇 가격을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그는 “수익을 가져가려면 몇천원은 더 올려야 할 것 같은데 비수기에 배달콜이 줄어드는 분위기라 최소한으로 인상하려 한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포장·배달 전문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는 한모 씨(50) 또한 고객 부담 배달비를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메뉴 자체 가격을 올리면 전화나 방문 포장을 하는 손님도 손해를 보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배달비만 올리기로 했다”며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 평소 4000만원가량 되던 월 매출이 올들어 2000만원 후반대로 쪼그라들었다. 보통 4000만원은 벌어야 순수익으로 10%가량 남는데 지금은 가게를 운영할수록 되레 적자를 보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