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일반 소매점 기준 가격은 5년 전보다 300~400여원 올라 30~40%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 시내 한 아이스크림 판매점에 아이스크림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일반 소매점 기준 가격은 5년 전보다 300~400여원 올라 30~40%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 시내 한 아이스크림 판매점에 아이스크림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대전에서 국어 강사로 일하는 김모 씨(31)는 지난주 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10여명의 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주는데 3만원 가까이 나와서다. 김 씨는 “요즘 아이스크림 가격이 이렇게 비싼 줄 몰랐다”며 “앞으로는 커피를 돌리는 게 낫겠다”고 했다.

여름철 ‘제철 간식’으로 꼽히는 아이스크림 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완제품 가격까지 덩달아 상승한 것이다. 일각에선 “아이스크림을 먹을 돈으로 차라리 커피를 마신다”는 말까지 나온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아이스크림의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는 122.38로 작년 같은 달(117.17)보다 4.4% 상승했다. 2019년 6월(97.23)과 비교하면 5년 새 25.9% 뛰었다.

업계에선 원재료 가격이 올라 아이스크림 가격도 뛰었다고 설명한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설탕 가격은 5년 전 같은 달보다 42.9% 상승했다. 물엿(44.0%)과 계란(42.0%), 우유(16.9%) 등 다른 아이스크림 원재료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와 물류비까지 고려하면 제품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아이스크림 제품의 특성상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통계적 수치를 뛰어넘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스크림 같은 제품은 유년기나 학창 시절에 처음 접한 가격이 일종의 ‘준거점’으로 작용한다”며 “아이스크림 가격도 일반 제품처럼 꾸준히 가격이 오르는데, 준거점은 먼 과거에 머무르다 보니 가격을 볼 때마다 놀라게 된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세종의 편의점을 둘러본 결과 △빙그레 메로나(75ml) 1500원 △빙그레 떡붕어 싸만코(150㎖) 2200원 △해태 바밤바(67㎖) 1500원 △롯데 빠삐코 초코(130㎖) 1800원 △롯데 설레임 밀크쉐이크(160㎖) 2200원 △롯데 월드콘 바닐라(160㎖) 22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동전 몇푼’으로 사 먹을 수 있었던 아이스크림이 이젠 2000원을 넘나드는 것이다.

‘가성비’ 관점에서 아이스크림 대신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약 1500~2000원에 판매하는 저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늘어나면서다. 서울의 도심에서 근무하는 오모 씨(36)는 “저렴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아이스크림과 가격도 별반 차이가 없고, 천천히 마실 수도 있다”며 “'찜통더위'로 시원한 먹거리를 찾을 때면, 아이스크림보단 커피에 손이 먼저 간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