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규 LS전선 사장(CEO·왼쪽 세 번째)과 글렌 영킨 미국 버지니아주 주지사(두 번째)가 9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투자 발표 행사에서 해저케이블 단면 견본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구본규 LS전선 사장(CEO·왼쪽 세 번째)과 글렌 영킨 미국 버지니아주 주지사(두 번째)가 9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투자 발표 행사에서 해저케이블 단면 견본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LS전선이 약 1조원을 투자해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한다. 대규모 반도체·전기차 공장 착공 등으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상풍력 단지에서 육지로 전기를 옮기는 해저케이블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LS전선은 미국 공장 건설을 계기로 연관 사업인 대형 케이블 시공용 선박 건조와 유럽 시장 진출 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해상풍력발전 늘리는 미국

LS, 美 최대규모 해저케이블 공장 짓는다
LS전선은 10일 “미국 자회사 LS그린링크가 약 1조원을 투자해 미국 최대 규모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LS전선 공장은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의 엘리자베스 강 유역 39만6700㎡ 부지에 연면적 7만㎡ 규모로 지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200m 규모의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도 설치된다. 2025년 착공해 2027년 준공할 예정이다.

LS전선은 “미국은 해상풍력발전 단지 대부분을 동부 해안을 따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체서피크시는 입찰, 선적, 운반 등에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에 따른 신규 데이터센터 급증, 대규모 반도체·전기차 공장 착공, 노후 전력망 교체 등의 이유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발전원은 해상풍력이다. 해상풍력 단지에서 육지로 전기를 보내는 데 필요한 해저케이블 시장 수요도 커지고 있다.

LS전선에 따르면 2030년 미국에서 필요한 해저케이블 수요는 1160㎞에 달하지만 공급량은 75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LS전선 관계자는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30% 이상 커져 유럽, 중국과 함께 3대 주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해저케이블 공장을 운영하는 곳은 유럽 업체 한 곳뿐이다. 수요는 많지만 현지 공급망이 없어 LS전선이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최대 수혜주

구본규 LS전선 사장(CEO)은 “이번 투자로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해저케이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며 “LS전선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LS전선을 위해 미국에 진출한 전선기업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LS전선에 9900만달러(약 1370억원)를 지원하고, 버지니아 주정부도 4800만달러 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LS전선의 미국 공장 건설을 계기로 LS그룹의 북미·유럽 시장 공략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S전선의 자회사 LS마린솔루션(옛 KT서브마린)은 대형 해저케이블을 시공할 수 있는 선박(포설선) 건조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LS에코에너지(옛 LS전선아시아)는 최근 미국 안전인증 기구인 UL로부터 지중(URD) 전력 케이블의 인증을 받았다. URD 전력 케이블은 주로 태양광발전소와 데이터센터 등을 연결하는 배전망에 사용된다. 영국, 유럽 해저케이블 사업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