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발해 동맹 휴학 중인 학생들에게만 유급 기준이 달리 적용된다. 출석 부족으로 F 학점을 받아도 재이수 기회를 주는 식이다. 복귀한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막기 위해 계절학기를 확대하고 다학기 운영, 학년제 전환까지 가능해졌다. 의사 국가시험(국시) 추가 실시도 적극 검토한다. 이 같은 파격 조치에도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 실효성 논란과 함께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단 유급 막아라’…파격 대책

1학기 수업 거부에도…의대생 유급 안 시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의 ‘2024학년도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지난 2월부터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의 집단유급 및 제적을 막기 위해서다.

먼저 유급 기준이 대폭 완화된다. 일부 과목에서 낙제하더라도 유급하지 않도록 특례조치를 마련할 수 있다. 의대에서는 수업 일수의 3분의 1 혹은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고, 한 과목에서라도 낙제하면 유급된다. 하지만 올해는 재이수 기회를 주고 성적도 학기 기준이 아니라 학년 말 종합평가로 바꾼다. 1학기 성적이 없어도 연말까지 종합성적만 있으면 유급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학기 운영은 2학기제가 아니라 다학기제, 학년제 등으로 운영한다. 1학기 교과목 이수 기간을 2학기까지로 연장해 1·2학기 교과목을 병행 운영하거나 1학기를 보충할 학기를 새로 개설하는 식이다.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다학기제를 운영해도 등록금을 추가로 징수하지 않도록 했다. 등록 기간도 학년 말까지 연장할 수 있게 했다. 학생들이 오는 9월 전까지 2학기 등록을 하지 않아 제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국시를 추가로 실시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4학년 학생들이 복귀해 남은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의료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서는 2025학년 의사 국시 추가 실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혜 논란에 실효성 미지수

이번 정책으로 기존 8월 말 기준이던 집단 제적·유급 시점은 뒤로 미뤄졌다. 2학기제를 다학기제, 학년제로 바꾸면 겨울방학 시기까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 계획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학생들이 돌아와야 하는 마지노선이 10월 정도까지로 미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게다가 사실상의 특혜를 통해 의대생은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절대 유급이나 제적을 당하지 않는다는 ‘불패신화’가 재현된 점은 향후 큰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특혜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도 정부가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정책을 꺼내 들자 의대생들은 국시 응시를 거부하고 집단 휴학에 나섰다. 당시 정부는 결국 의대 증원을 포기했고, 의대생을 구제하기 위해 국시를 두 차례 시행했다. 이번에도 정부가 유급을 피할 방안을 마련해줘 타 전공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낳은 것은 물론 앞으로도 의료계 집단행동에 또 한 번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의대생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의대생 개인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고자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며 “의료인력 수급 차질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내년 신입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게 되면 신입생의 학습권마저 침해되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예과 1학년 학생들의 미복귀로 내년 교육 여건이 악화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대학의 수업 수용 역량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오면 신입생 학습권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