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회장
신동국 회장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모녀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봉합됐다.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그룹의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지난 9일 회동하고 경영 방식을 재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다.

신 회장은 10일 임 이사 측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책임경영과 전문경영, 정도경영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융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신 회장은 3일 창업주 아내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주식 일부를 1644억원에 사들이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모녀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송 회장은 8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신 회장의 뜻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당시 해외 체류 중이던 임 이사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거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 이사
임종윤 이사
임 이사는 “신 회장의 중재로 3자(모녀 측·형제 측·신 회장)가 힘을 합치는 데 합의함에 따라 균형 있는 경영집단 체제가 구축됐다”며 “단순히 회장, 대표이사 같은 수직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위원회와 고문단 등 각계 전문경영인을 경험한 최고의 인적 자원을 구성하는 데 아끼지 않고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대표이사 변경 여부 등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차남 임종훈 대표, 한미약품은 연구원으로 입사해 30년간 근무해 온 박재현 대표 체제다. 이번 타협으로 한미그룹 오너 일가와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의 과반을 갖게 됐다. 신동국(12.43%), 송영숙(11.93%), 임주현(10.43%), 임종윤(10.14%), 임종훈(10.8%) 등의 지분은 총 55.73%에 달한다.

신 회장은 모녀 측과 맺은 계약에 대해 “상속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한미약품을 지키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었다”며 “오너 일가 중 누구도 한미약품을 해외에 매각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