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안정화 대책에도 ‘연쇄 부도’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시장 경착륙을 피하기 위해선 정부가 수요 진작 대책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5월 3회 이상 만기 연장을 했더라도 연체가 없으면 정상 사업장으로 분류하는 등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일부 완화했다. 만기 연장 횟수와 분양률, 공정률 등의 획일적 기준으로 부실 대상을 가리는 데 대한 업계의 반발을 일부 수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개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체나 만기 연장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량한 사업장의 수익권에도 대부분 질권이 설정돼 있다. A사업장이 부실 판정을 받아 원리금 상환이 어려우면 복잡한 연대보증 구조로 이 회사가 보유한 다른 정상 사업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상 사업장에 대해선 수익권 질권 행사를 자제한다거나 회수하더라도 준공 이후 분양 수익을 거둔 이후로 시점을 미루는 등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공매 유찰 가격을 다음 회차의 첫 입찰가로 설정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경·공매 물건 가격이 과도하게 내려가면 정상 사업장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PF 사업장 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조만간 현장 점검을 시작해 ‘부실 사업장 옥석 가리기’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사업장을 경·공매에 바로 넘기면 개발사가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요 회복 카드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개발 현장의 사업성이 개선되면 자연스레 PF 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은 무주택자 신혼부부와 청년 등에게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업계에선 다주택자 중과세율 완화, 생활숙박시설 준주택 인정 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