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등을 뗀 ‘세후 최저임금’은 한국이 주요 7개국(G7) 중 영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내년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한 세부 근거’에서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등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G7보다 최저임금 적다?…세금 떼면 최고수준
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최저임금의 연 환산 금액은 한국이 2만8347달러로 영국(2만9870달러), 독일(2만9292달러), 프랑스(2만9288달러)에 이어 네 번째였다. 한국은 캐나다(2만6060달러), 일본(2만546달러), 미국(1만5080달러)보다 연 환산액이 많았다. 이탈리아는 최저임금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경총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5만7990달러로 이들 국가보다 훨씬 낮은 점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연 환산액 기준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GNI는 7만3270달러, 독일은 7만1099달러로 7만달러를 넘었고 가장 낮은 영국도 6만397달러로 한국보다 2407달러 높았다.

소득세와 사회보험부담까지 고려한 세후 기준으로 살펴보면 한국 최저임금 수준은 훨씬 높아진다. 근로소득 평균임금 대비 50% 이하를 뜻하는 ‘최저임금 대상 계층’에 부과되는 순평균세율(평균소득세율+사회보험부담률)을 적용하면 한국의 세후 최저임금 연 환산액은 2만5305달러로 추산됐다.

영국(2만5527달러)보다는 낮지만 프랑스(2만3172달러), 캐나다(2만1299달러), 독일(2만821달러), 일본(1만6467달러), 미국(1만2037달러)보다 높은 것이다. 순평균세율이 한국이 10.7%로 가장 낮기 때문이다. 세후 최저임금 환산액을 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총 관계자는 “세후 최저임금 기준으로 G7 국가보다 대부분 높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자는 논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이터치연구원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폐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노동계가 지난 9일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시한 ‘1차 수정안’대로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3.6% 인상할 경우 4인 이하 소기업 9만6000곳이 폐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 15개 국가의 2009~2020년 최저임금·폐업률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다.

파이터치연구원은 최저임금이 1% 오르면 종업원 1~4인 기업의 폐업률이 0.77%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부담을 느낀 소기업들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가격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폐업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곽용희/이미경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