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 타자로 배치되면 펄펄…10일 LG전서 연장전 결승 희생타
'공포의 9번 타자' KIA 박찬호 "부담 없이 타격하니 좋은 결과"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주전 유격수 박찬호(29)는 올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지난 시즌 타율 0.301을 기록했던 박찬호는 4월 한 달간 타율이 0.234에 그쳤다.

주전 1번 타자로 나선 박찬호는 자신이 제대로 된 밥상을 차리지 못하는 것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이범호 KIA 감독과 면담에서 자신을 하위 타순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이범호 감독은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9번 타순에 배치된 박찬호는 무서운 기세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5월 한 달간 타율 0.390의 성적을 냈다.

이범호 감독은 박찬호가 자신감을 찾았다고 판단하고, 다시 1번 역할을 맡겼다.

그러나 1번 타자라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박찬호는 6월 월간 타율 0.255로 다시 주춤했다.

이범호 감독은 박찬호의 타순을 재조정했고, 하위타순으로 내려간 박찬호는 다시 폭발하고 있다.

그는 붙박이 9번 타자로 나선 지난 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8경기에서 타율 0.353으로 맹활약했다.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방문경기에서도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박찬호는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렸다.

그는 0-2로 패색이 짙어진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 타자로 나와 LG 마무리 투수 유영찬을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터뜨리며 역전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KIA는 9회초 공격에서 최원준, 최형우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박찬호는 2-2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1, 3루에서 다시 한번 결정타를 날렸다.

중견수 희생타를 치면서 역전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공포의 9번 타자' KIA 박찬호 "부담 없이 타격하니 좋은 결과"
9번 타순에서 테이블 세터와 중심 타자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며 팀의 5-2 역전승을 이끈 박찬호는 경기 후 생글생글 웃었다.

그는 "사실 9회 공격을 시작할 때 뒤집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출루하기만 한다면 뒤를 받치는 강타자들이 해결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며 "타석에 들어가기 전부터 엄청나게 집중했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9번 타순에서 활약을 펼치는 이유에 관해 "9번 타자로 경기에 나서면 수비에 초점을 맞추면서 타격은 '덤'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라며 "부담 없이 타격에 임하게 되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현재 추세라면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도 노려볼 만하다.

그는 지난해 수상 가능성이 희박했으나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한 뒤 "언젠가는 꼭 수상자로 다시 참석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박찬호는 이에 관해 "지금은 골든글러브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며 "우승권 전력을 갖춘 팀에서 뛴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우승의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