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의 전기 SUV 토레스 EVX 밴./사진=연합뉴스
KG모빌리티의 전기 SUV 토레스 EVX 밴./사진=연합뉴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90%가 넘는 점유율을 올리는 가운데 중견 3사(KG모빌리티·한국지엠·르노코리아)는 각사 '효자 모델'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선전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1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KG모빌리티(KGM), 한국지엠(쉐보레), 르노코리아 등 완성차 중견 3사의 국내 판매량은 4만8504대로 전년 동기 대비 32.2%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제네시스는 6.9% 감소한 53만9862대를 판매했는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1.8%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처음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넘겼다. 올해 월별 점유율도 90%를 웃돌았고 지난 4월에는 93.5%까지 올랐다. 상반기 점유율은 이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엄청난 장악력을 유지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국산차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으면서 중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10% 이하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중견 3사 중에선 KGM이 2만4358대를 판매하며 자존심을 지켰는데 시장 점유율은 4.1%에 불과하다. 쉐보레와 르노코리아는 각각 1만3470대, 1만676대를 판매했다. 점유율은 각각 2.3%, 1.8%를 기록했다.

수치만 보면 초라하다고 할 수 있지만 각 사의 인기 SUV가 판매 실적을 견인하며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올 상반기 중견 3사의 최다 판매 모델은 △KGM 토레스(1만2672대) △쉐보레 트랙스(1만329대) △르노코리아 아르카나(구 XM3, 5715대)다.

토레스는 2022년 7월 출시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킨 모델로 올해 5월 부분변경 모델이 새롭게 출시됐다. 바이퓨얼 LPG 및 밴(VAN) 모델을 비롯해 전기차 '토레스 EVX'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며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은 물론 고객 니즈에 부합하고 있다.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인 트랙스는 SUV와 같은 크기, 활용성과 세단스러운 편안함, 안정성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3000만원 넘지 않는 가격도 인기 요인에 한 몫하고 있다.

아르카나는 하이브리드차 인기와 함께 판매가 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동안 판매된 아르카나 이테크(E-Tech) 하이브리드는 366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044대)보다 251.3% 늘었다.

완성차 중견 3사는 하반기 신차 출시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KGM은 3분기에 토레스 쿠페 스타일의 SUV를, 쉐보레는 하반기에 '콜로라도' 완전 변경 모델과 '이쿼녹스 EV'를 출시할 예정이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 새로운 D 세그먼트 SUV '그랑 콜레오스'의 가격을 이달 중순 이후 공개하고 조만간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공격적으로 신차를 출시하고 마케팅을 펼치면서 중견 3사는 시장 입지가 좁아졌다"며 "다만 하반기 신차 출시를 예고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