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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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내 간접 흡연에 이어 최근에는 '반려동물 냄새'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웃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의 배설물 등 악취가 주민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냄새를 제재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전무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젠 '개 냄새'까지

지난 5일 부산 북구의 한 빌라 현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두고 반려견 소음과 악취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60대 남성 A씨는 2년 전까지 같은 빌라에 거주하던 40대 남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뒤따라 나오던 B씨의 10대 딸에게도 상해를 입혔다. 이후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병원으로 옮겨져 의식이 없는 상태다.

빌라 주민은 이들이 4~5년 전부터 반려견 소음과 악취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고 진술했다. 이날도 A씨는 빌라에 거주하는 지인 집을 방문하려고 왔다가 반려견과 산책하러 나가던 B씨를 마주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과거 다툼이 범행까지 이어졌는지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A씨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 수사를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변에서 이웃집 반려동물 문제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달 한 누리꾼은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 "최근 다른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옆집, 아랫집, 두 층 윗집이 모두 강아지를 키운다"며 "거실 창문만 열어 놓으면 강아지 냄새가 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환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창문을 열거나 비가 오는 날엔 냄새가 더 심해진다"고 전했다.

특히 공용공간에서의 악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저녁 시간 이후 산책하러 나가는 강아지한테 심각한 악취가 난다. 강아지가 지나간 자리와 엘리베이터에선 한동안 냄새가 진동한다"며 "관리실에 이를 말해야 할지 조심스럽다"고 적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오피스텔 임대인은 "세입자들에게 원칙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짖는 소리는 물론이고 냄새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며 "물론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반려동물을 키우던 세입자가 나가면 온종일 방 자체를 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웃간 반려견 갈등 방법은?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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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내 발생하는 냄새는 마땅히 규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 2의 2항에서는 공동주택 관리 주체가 간접흡연 피해를 끼친 해당 입주자 등에게 흡연 중단을 요청하고, 세대 내 확인 등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게 돼 있을 뿐이다.

김연기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냄새는 기본적으로 주관적인 영역이다. 또 악취의 일차적인 피해자는 당사자 본인이란 점에서 의도적으로 이웃집에 피해를 끼치기 위해 악취를 방치한다고 판단하기도 힘들다"며 "따라서 층간 냄새를 규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승강기가 설치된 15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인 경우엔 입주자대표회의가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관리 규약'을 만들 수 있다"며 "관리 규약을 통해 층간 냄새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구체적인 규제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국토교통부 산하의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이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층간 냄새가 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정도라면 집합건물법 제46조를 통해 분조위에 제소를 요청해볼 수도 있다"며 "단, 조정 과정에서 그 냄새가 정말 '공동생활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직접 입증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