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담장에 판소리 단가·시·정감 어린 사투리 적혀
서재철씨 "나비축제 함께 벽 글씨 고장으로 알리고 싶다"
함평 마을들 서예가 손끝에 '벽글씨 갤러리' 재탄생
전남 함평군 마을들이 서예가 손끝에서 '벽글씨 갤러리'로 재탄생해 눈길을 끈다.

11일 전남 함평군 나산면 주민 등에 따르면 나산면 삼구마을(거주 가구 30여가구), 삼성마을(30여구), 동축마을(50여가구)이 벽 글씨 마을이 됐다.

예사롭지 않은 붓놀림을 느낄 수 있는 글씨들이 주택 담장 곳곳에 적혀있다.

'작품' 주인공은 함평 출신으로 경기도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서예가 수중(守中) 서재철(65)씨다.

서씨가 벽 글씨 마을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삼구마을 본가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시멘트 담장을 하얀 페인트로 칠해 화선지처럼 만들었다.

담장에 고려 후기 고승 나옹선사 시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를 한글로 적었다.

'함평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을 보려고'로 시작하는 판소리 단가 호남가를 국한문 혼용으로 담장에 수놓았다.

한문은 예서체로, 한글은 판본체로 구성했다.

100년 가옥이 벽 글씨 갤러리가 된 것이다.

이를 본 노명섭(67) 삼구마을 이장이 서재철씨에게 "우리 마을을 벽 글씨 마을로 본격적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하고 부탁해 삼구마을 거의 모든 주택 담장에 서씨의 손길이 닿았다.

함평 마을들 서예가 손끝에 '벽글씨 갤러리' 재탄생
'머시(무엇의 사투리) 걱정인가' '오 자네 왔능가' '오메 단풍 들겄네' '지비는 나짝이 조까 반반하요(당신은 얼굴이 조금 잘생겼네의 사투리)' 등 정감 어린 전라도 사투리들이 담장 곳곳에 펼쳐졌다.

서재철씨는 삼구마을과 인접한 삼성마을, 동축마을 주택에도 벽 글씨 작품을 남겼다.

특히 삼구마을은 벽 글씨 프로젝트로 2022년 함평군 주최 행복마을 만들기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아 상금 5억원을 수상했고, 전남도가 주관한 청정전남 으뜸마을 경진대회에서 우수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삼구마을은 상금 5억원들 들여 최근 마을 내에 커뮤니티센터를 착공해 올해 말 완공할 예정이다.

노 이장은 "시골 마을 대부분 담장이 그림으로 꾸며져 있는데 우리 마을은 서예가의 손으로 특색있는 글씨로 꾸며져서 마을 주민들이 좋아한다"며 "마을이 명소로 자리 잡아 많은 관광객이 방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함평 마을들 서예가 손끝에 '벽글씨 갤러리' 재탄생
서 씨는 "40여년 동안 서예가로 활동했는데 고향에 기여할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벽 글씨 마을을 지속해서 조성해 나비축제와 함께 벽 글씨 마을로 특화한 함평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한 일제 강점기에 마을 이름이 삼구(三龜)에서 삼구(三九)로 개명된 점을 아쉬워하면서 '三龜' 제 지명 찾기를 위한 서예 전시회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