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한 벌이 20만원이네. 한국 소비자는 ‘호갱’(호구+고객)인가요?"

미국 의류 브랜드인 폴로 랄프로렌은 한국에서 옥스퍼드 셔츠를 21만9000원에 판다. 폴로 셔츠 가격은 16만9000원이다. 미국 아울렛보다 2~3배 이상 비싸다. 한국법인인 랄프로렌코리아 직원들조차 "미국 아울렛이나 현지 공식 홈페이지 직구(직접 구매)로 사는 게 제일 저렴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랄프로렌은 2021년부터 한국에서 공식 홈페이지 접속을 막고 있다. 더 비싼 값에 제품을 팔기 위한 목적으로 읽힌다.

랄프로렌코리아의 실적은 눈에 띄게 뜀박질하고 있다. 순이익률 20%를 돌파했다. 샤넬코리아, 루이비통코리아, 몽클레르코리아, LF, 한섬 등보다 2~4배 높다. 랄프로렌코리아는 이렇게 번 돈 가운데 2500억원을 해외로 송금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인 랄프로렌코리아의 2023회계연도(2023년 4월 1일~2024년 3월 31일)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5176억원, 1265억원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각각 7.4%, 6.8% 늘었다. 유한회사인 이 회사가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2020년 이후 처음이다. 랄프로렌코리아를 비롯한 유한회사는 2020년부터 공시 의무가 생겼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률(매출액 대비 순이익)은 24.4%에 달했다. 최근 5년 새 순이익률은 21.4%다. 지난해 샤넬코리아(12.9%)와 루이비통코리아(13.1%), 몽클레르코리아(12.8%) 등 수입 의류업체는 물론 LF(4.2%)와 한섬(5.3%) 등 국내 업체를 웃돈다.

랄프로렌코리아 수익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매출원가가 낮은 덕분이다. 랄프로렌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원가는 107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의 20.7%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면 루이비통코리아의 매출원가율은 61.1%에 달했다. 샤넬코리아(50.3%), 몽클레르코리아(52.2%) 등도 50%를 넘어섰다. 랄프로렌코리아가 상대적으로 의류를 저렴하게 들여와 더 비싸게 팔았다는 의미다.

공식 홈페이지를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바탕으로 매출을 극대화했다. 한국 직구족들이 우회 통로를 뚫어서 공식 홈페이지 제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랄프로렌은 홈페이지 결제창에 한국 주소를 입력하지 못하게 막는 등 철저하게 직구 통로를 막았다. 랄프로렌코리아가 한국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가격을 적용하면서 몸집을 불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랄프로렌 폴로가 2030세대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몰이를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때 ‘아재룩(아저씨+옷차림)’ 취급을 받은 폴로는 'Y2K 패션(2000년대 스타일)' 열풍이 불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랄프로렌은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며 "가격을 올려도 한국에서는 되레 더 잘팔리는 만큼 '배짱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렇게 번 돈 상당액을 해외로 송금하고 있다. 2019~2023년 송금한 금액이 2460억원에 달했다. 로열티 등 수수료로 송금한 금액이 1258억원에 이른다. 중간배당은 661억원, 유상감자는 541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