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워싱턴서 국립발레단과 뜨겁게 재회한 이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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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발레단 이은원 발레리나
국립발레단의 워싱턴 갈라 공연 특별 출연
국립발레단의 워싱턴 갈라 공연 특별 출연
“안주하지 않는 발레리나가 돼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국립발레단 차세대 간판 무용수로 시작해 워싱턴발레단에서 활약 중인 발레리나 이은원 씨(33·사진)는 10일(현지시간) “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이날 한·미 문화교류 특별행사로 열린 국립발레단의 워싱턴 갈라 공연에 특별 출연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감독한 8개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고 이 씨는 현대 발레곡인 ‘파인딩 라이트’를 직접 골라 공연했다. 그는 “수년 전 미네소타에서 아시아 안무가들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보는 순간 바로 반해버렸다”며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는데 오늘 그 기회가 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파인딩 라이트를 공연한 발레단이 현재 워싱턴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있는 에드워드 리앙이 이끌던 오하이오의 ‘발레메트’였다. 이 씨는 “처음 해보는 작품인 데다 미국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무대에 오르기 전 너무 긴장됐다”며 “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긴장이 사라지고 행복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일곱 살 때 발레를 시작한 이 씨는 예원학교를 나와 고교 과정을 건너뛰고 한예종을 졸업했다. 19세가 되던 2010년 인턴 단원으로 국립발레단에 들어가 2년 만에 수석 무용수로 승급, 2016년 워싱턴발레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워싱턴발레단은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과 조주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주역 무용수로 활약한 곳. 순수 국내파였던 그가 국립발레단 동료들과 한 무대에 선 건 이번이 8년 만이다. 그는 “발레를 시작한 국립발레단원들과 워싱턴에서 공연을 하게 될 줄 상상을 못했다”며 “동료들과 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기뻐했다. 이 씨는 오랜 기간 미국에서 지내면서 다양성을 배운 게 가장 큰 이득으로 꼽았다. 이 씨는 “한국에 있었을 땐 몰랐는데 해외에서 인종과 국가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하면서 세상은 넓고 사람이 다양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예전에는 고전 작품을 위주로 많이 했는데 워싱턴발레단에선 현대 작품을 포함해 다양한 공연을 하면서 인물 특성과 동작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게 됐다”며 “나이가 들면서 여러 경험이 쌓여 내적으로도 더 성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앞으로 더 좋은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수석 무용수 같은 자리보다 안주하지 않는 발레리나, 좋은 예술가가 되는 게 목표”라며 “이 꿈을 이뤄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목표를 정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유형”이라며 “모든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일도 생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