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범람해 침수됐던 중촌마을…골목마다 진흙 묻은 쓰레기 가득
[르포]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수해 피해 복구 힘내는 주민들
"일단 하나씩 치워봐야죠.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폭우 이튿날인 11일 전북 완주군 운주면 중촌마을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비교적 맑은 날씨였지만, 주민들의 마음은 무거웠다.

마을 도로는 주민들이 집이나 식당에서 꺼낸 집기들로 가득했다.

중촌마을은 이번 폭우로 완주에서 가장 피해가 큰 곳 중 하나다.

전날 새벽 장선천이 범람하면서 마을 곳곳이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주택 안과 밖을 부지런히 오가며 진흙이 묻은 물건들을 차례로 옮겼다.

황토색으로 변한 식기들은 설거지를 위해 빨간 고무통에 넣고, 물을 먹은 생활용품 등 버릴 것들은 차곡차곡 포대에 담았다.

식당을 운영하는 최희순(56)씨는 "쓸 수 있는 물건이 없다.

죄다 물을 머금어서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썩어 냄새가 나기 때문에 일단 빨리 밖으로 내놓고 있다"며 "전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감전 우려 탓에 전기를 차단한 식당 내부는 어두웠다.

최 씨는 머리에 작은 손전등을 머리띠처럼 두르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복구작업에 동참한 군인 두 명이 식탁을 들어낸 뒤 장판 양 끝을 잡고 나르자 미처 마르지 않은 흙탕물이 장화 위로 후두둑 떨어지기도 했다.

최씨네 식당 옆에서 농약사를 운영하는 한 주인도 "물을 머금은 농약이나 모기약을 어떻게 팔 수 있겠냐"며 "가게를 싹 비우고 나면 물로 바닥을 청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르포]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수해 피해 복구 힘내는 주민들
도로에는 대민 지원을 나온 부대 차량과 복구 모습을 담으려는 취재 차량 등이 바삐 오갔다.

전날만 해도 도로를 가득 채웠던 진흙이 점차 마르면서 차량이 지날 때마다 많은 흙먼지를 일으켰다.

긴급 지원된 소방펌프차가 물을 뿌릴 정도였다.

피해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공무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중촌마을의 이장 최관회(62)씨는 "마을에 35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일대가 전부 잠겨 지금 쓸 수 있는 게 없다"며 "완주군에서 곧 집게차(폐기물을 처리하는 장비)를 준비해준다고 하니 일단 버릴 물건들을 밖으로 빼내고 있다.

물청소 차가 와서 흙도 씻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포]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수해 피해 복구 힘내는 주민들
폭우로 하천 제방이 무너졌던 엄목마을도 임시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엄목마을은 다행히 주택이 침수되진 않았으나 제방 인근에 설치된 비닐하우스가 잠기고 이를 지탱하던 철근이 무너졌다.

엄목마을 이장 김임숙(65)씨는 "주말에 비가 또 온다고 하니 제방 복구가 가장 시급하다.

중장비들이 일찍 동원돼 공사 중"이라며 "운주농협도 폭우로 피해가 크지만, 마을 주민들을 위해 물과 라면 등을 지원해줬다.

조금씩 빠르게 복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복구로 분주한 이들 마을과 달리 다소 외진 곳에 있는 신복마을은 복구가 더디다며 걱정했다.

신복마을에 사는 조석준(74)씨도는 "행정복지센터에 피해 신고를 하러 갔는데, 피해 가구가 많아 당장 조사를 나오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마을이 외진 곳에 있고 전체가 피해를 본 건 아니다 보니 관심이 덜한 것 같다.

수돗물도 안 나오고 전기도 끊겨 일상생활이 안되니 하루 빨리 지원의 손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르포]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수해 피해 복구 힘내는 주민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