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조성될 예정이었던 1296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사업이 취소됐다. 민간 시행사가 계약금 300억원을 포기하고 사업을 접었기 때문이다. 토지비(3000억원) 마련뿐만 아니라 높아진 공사비와 상한제가 적용되는 분양가 등을 감안할 때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시행사 측 설명이다. 업계에선 “지난 2년간 지속된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돈을 쏟아부어 아파트를 지어봐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한 민간은 돈을 벌 수 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의 덫…"집 지을수록 손해"

○“지을수록 손해” 아우성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공택지를 분양받은 민간 업체에서 최근 정부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방식을 합리화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했다. 기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주택을 공급하면 민간이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에 사업 취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이유로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기 파주 운정3·4블록(950가구)은 사전청약까지 마쳤지만, 시행사가 분양가 상한제에 맞춰 시공하겠다는 건설사를 찾지 못해 사업을 포기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공동주택을 분양할 때 심의에 따른 분양가격 이하로만 팔 수 있게 제한하는 규제(주택법)다. 공공택지에 조성되거나 민간 택지라도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으로 묶였다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업계에선 분양가 상한제의 기본 항목인 택지비 산정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반응이다. 분양가를 결정할 때 택지비 기준이 ‘토지 분양 당시 가격’으로 제한돼서다. 민간이 토지 매입 후 땅값이 올라도 이를 반영하지 못해 사업이 늦어질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반면 공공이 같은 택지지구에서 똑같은 주택을 공급하면 택지비 산정 기준이 ‘분양 당시 감정평가액’으로 정해진다.

실제로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공공이 공급한 단지는 3.3㎡당 1181만원의 택지비를 인정받아 분양가를 1671만원까지 높일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인근에서 민간이 공급한 단지는 택지비를 3.3㎡당 919만원밖에 인정받지 못했다. 분양가가 공공보다 낮은 1597만원에 책정됐다. 업계에선 최소한 공공 시행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아야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역차별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공공 시행자처럼 분양 당시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업 지연에 따른 상승분만이라도 일부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률 반영 못하는 건축비

분양가를 결정하는 다른 축인 ‘공사비’ 역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원자재·인건비 인상 폭보다 분양가 상한제가 인정하는 공사비 상승 폭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가 매년 3월과 9월 발표하는 ‘기본형 건축비’를 공사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건축비가 민간에서 공사비를 판단할 때 쓰는 건설공사비지수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본형 건축비는 2020년 3월 ㎡당 164만2000원에서 지난 3월 203만8000원으로 4년 새 24.11% 올랐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같은 기간 118.47에서 154.09로 30.06% 상승했다. 민간 단지가 30%의 공사비 상승을 인정받을 때 분양가 상한제 단지는 24.11%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업계에선 기본형 건축비가 1년에 두 번밖에 공표되지 않아 실제 공사비 상승 추이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기준 자체도 건축비 상승분 대신 가산 비용과 선택품목 비용을 과다하게 반영해 분양가격 산정 기준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