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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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A씨는 올초 ‘SOL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합성)’ 상장지수펀드(ETF)를 약 2000만원어치 매수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채권 투자가 인기를 끈 때다. 미국 금리가 예상과 달리 움직이면서 다른 미 국채 ETF 가격은 하락했지만 A씨는 꾸준히 들어오는 분배금 덕에 전체적으로 10% 수익을 냈다. A씨는 “매달 나오는 약 20만원을 용돈으로 요긴하게 쓰고 있다”고 했다.

○청년들 커버드콜 ETF 투자 ‘러시’

매달 따박따박…젊은층 '커버드콜'에 꽂혔다
커버드콜 ETF 투자자 중 40대 이하 연령층의 비중이 3분의 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꾸준한 배당금을 받는 이른바 인컴형 상품은 은퇴 시점이 가까워진 사람이 많이 매수한다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를 통해 커버드콜 ETF(시가총액 상위 7개 종목)를 매수한 사람은 지난달 말 기준 21만558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관련 상품 보유액은 총 2조7501억원이다.

이들 투자자를 연령대에 따라 나눠보면 30대 이하 비중이 30.5%를 차지했다. 40대까지 포함하면 이 비중은 58.2%까지 올라간다. 경제력을 감안하면 40대 이하의 커버드콜 ETF 투자 비중이 예상보다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유 금액을 기준으로는 50대 이상(60.2%)이 40대 이하(39.8%)보다 많지만, 투자자 수는 그 반대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커버드콜이란 주식, 채권 등 기초자산을 보유하면서 그 기초자산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안정적으로 배당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커버드콜 ETF가 최근 주요 화두 중 하나다. 이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매달 초와 중순에 분배금을 지급하는 커버드콜 ETF에 동시에 투자하고 있다”며 “월초 분배금을 받아서 이를 월 중순 지급 상품에 재투자해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제2의 월급’에 조기 은퇴 희망까지

인컴형 상품은 은퇴 준비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지금까지 증권가의 통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은퇴 시점이 한참 남은 사람도 제2의 월급을 받기 위해 관련 상품을 매수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커버드콜 ETF는 월 배당 상품이 많다는 점, 10%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커버드콜 ETF의 저변이 넓어지는 데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천기훈 신한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은 “젊은 층은 유튜브 등을 통해 최신 투자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익히고 실천하는 경우가 많다”며 “커버드콜 ETF는 비교적 최근 국내에서 확산했기 때문에 이 트렌드를 학습한 젊은 층이 더 적극적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커버드콜 ETF의 위험도가 인컴형 중에서는 비교적 높다는 점도 이 상품이 장년층보다 40대 이하에서 확산하는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커버드콜 ETF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는 분배금을 포함하면 최근 1년간 22.24%(지난 10일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편입 종목 성격이 비슷한 일반 ETF인 ‘슈와브 미국 디비던드 에퀴티(SCHD)’ 수익률이 같은 기간 11.50%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