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작년 1월 이후 기준금리를 12회 연속 연 3.5%로 동결했지만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가 0%대에 불과하던 시기만큼 낮아졌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연 2%대까지 금리가 떨어지며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를 견인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못하고 인하할 일만 남았다는 기대가 시장에 퍼지면서 대출의 조달 원가에 해당하는 채권 금리가 하락한 결과다.

기준금리 동결에도…주담대 2%대로 뚝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금리가 5년마다 바뀌는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이틀 연속 연 2.86~4.87%로 책정했다. 신한은행의 주기형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2.86%로 하락한 것은 2021년 2월 23일(연 2.86%) 이후 처음이다. 2021년 2월은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에 불과하던 시기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의 주기형 주담대 최저금리는 이날 연 3.04%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인상한 작년 1월 13일(연 4.63%)과 비교해 1.29%포인트 낮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주기형 주담대 최저금리는 연 5.11%에서 3.06%로 2.05%포인트나 하락했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주담대 금리가 뚝뚝 떨어지는 원인으로는 은행이 대출을 내주기 위해 발행하는 은행채 금리가 하락한 점이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AAA·무보증)의 평균 금리는 10일 연 3.385%로 2022년 4월 28일(연 3.38%)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담대 금리가 긴축 이전 수준만큼 낮아지자 가계부채 규모는 주담대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에만 6조원 증가해 작년 10월(6조7000억원) 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1~6월 주담대 증가 폭(26조5000억원)은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후 3년 만에 가장 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가계부채가 여러 리스크 요인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기조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