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앞장서 추진하겠습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권 레이스 중인 나경원 후보는 11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진흙탕 선거가 되면서 민생 정책이 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5선 현역 의원으로 원내대표 등을 지내며 폭넓은 정치 경험을 자랑하는 나 후보는 당내 최대 연구 모임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포럼을 이끌고 있다.

당 대표가 되면 우선 추진할 민생 정책으로 최저임금 제도 개편을 제시했다. 나 후보는 “2030년 인구 절벽 시대에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인공지능(AI) 발전을 고려하더라도 저숙련 노동 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면 오히려 더 많은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며 “노동력이 필요한 지방 중소도시의 중소기업 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생·고령화 문제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나 후보 주장이다. 가정에서 가사·보육도우미나 간병인 등을 더 적은 부담으로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30대 여성을 기준으로 가사도우미 고용 비용이 월 소득의 절반을 넘어선다”며 “이런 부담을 낮춰주면 아이를 키울 때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 인력 관리 방식을 체계적으로 바꿔 불법 체류자 문제에는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경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을 겨냥해 나 후보는 ‘계파 없는 정치’도 강조했다. 그는 “계파 정치 때문에 보수가 분열하고 궤멸의 길로 가게 된 것”이라며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등 공천 방식을 혁신해 줄 세우는 정치 문화를 혁파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와 지나치게 각을 세워선 안 된다고 전제했다. 나 후보는 “문자 사건을 계기로 (한동훈 후보 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떠올리게 하는 ‘당무 개입’ ‘국정농단’ 같은 금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당보다 본인을 먼저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당 대표가 되면 다음 선거에서 보수가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나 후보는 “저는 수도권에서 이긴 사람, 조국 전 법무부 장관(현 조국혁신당 대표)을 끌어내렸던 사람”이라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중진의 경륜과 검증된 전투력을 갖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나 후보는 당원 지지율 12%를 얻어 한 후보(5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나 후보는 “한동훈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원희룡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남은 토론회와 합동연설회를 거치면 더 많은 분이 선택해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소람/박주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