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년 만에 ‘금리 인하 검토’를 공식화했다. 물가가 둔화한 만큼 인하 시점을 고민할 때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고환율 등 ‘위험 요인’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작년 1월 연 3.2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뒤 같은 해 2월 금통위부터 12차례 연속 동결했다.

금리 동결 기조는 전과 같지만 금리 인하 관련 언급은 크게 늘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통화정책방향과 관련해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앞서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라고 했던 것에 비해 진전된 입장이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도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3개월 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답한 금융통화위원도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2021년 8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긴축 경로에 들어선 이후 약 3년 만에 금리 인하로의 방향 전환이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 총재는 “차선은 바꿨지만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아 방향 전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금통위원들은 지금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고 했다.

이번 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결정됐다.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시장 기대와는 달랐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43%포인트 오른(채권값 하락) 연 3.163%에 장을 마쳤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