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베스틸 '로봇 생태계'…부산도 "돕겠다"
동일철강과 화인베스틸 등으로 유명한 부산 지역 대표 제조기업 화인그룹이 로봇 관련 기술 동맹 구축에 나섰다. 로봇 벤처기업과 힘을 모아 소프트웨어 중심의 ‘벤처 팩토리’를 구축하는 등 로봇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전환을 지역 제조업의 중점 목표로 삼은 부산시도 로봇산업 육성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화인그룹은 11일 부산 사상구 광장로 화인베스틸 본사에서 로봇 생태계 협의체 및 공동 로봇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기술 콘퍼런스를 열었다. 전국의 로봇 벤처기업이 대거 행사에 참여했다. 로봇밸리(산업용 로봇), 다민로봇(서비스용 로봇), 씨랩(해양로봇), 오토론(물류자동화 설비), 타누스(에어리스 타이어 제조업), 인포인(시스템 엔지니어링) 등 6곳이 화인그룹과 함께 ‘로봇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참여 기업들은 단순한 작업용 로봇 하드웨어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로봇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함께 개발하기로 약속했다. 공동기술연구센터를 설립해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장인화 화인그룹 회장(사진)은 “덴마크 로봇 전문 기업 블루오션로보틱스의 벤처 팩토리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로봇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 표”라고 말했다.

화인그룹은 철강기업인 화인베스틸과 동일철강, 중소 조선소인 대선조선을 거느린 중견그룹이다. 장 회장은 정통 제조업 위주의 회사 체질을 로봇산업을 필두로 한 스마트 팩토리,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꾸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총 160억원을 투입해 디지털 트윈 기업인 인포인과 액화천연가스(LNG) 설비 기업 넥서스가스를 인수했다. 에너지 설비 설계부터 시공까지 함께 수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최근 미국 스카이라인로보틱스(건물 외곽 청소로봇)와 국내 스타트업 씨랩 등에도 투자했다. 그룹사 동일철강도 최근 확보한 30억원의 자금을 로봇 관련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룹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신사업에 속속 발을 내딛고 있다. 대선조선과 화인베스틸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국책 과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인포인을 활용해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일철강은 씨랩을 통해 방위산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로봇 활용도가 높은 방산 특성을 고려한 공급망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씨랩은 수중 장애물 회피와 수질 측정을 위한 데이터 수집 등 다양한 로봇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화인그룹 관계자는 “인포인이 보유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윈 기술로 로봇 애플리케이션을 플랫폼화하는 게 목표”라며 “투자회사의 역량을 잘 활용하면 방산은 물론 건물 관리와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할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도 화인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로봇산업 육성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경상남도와 달리 부산엔 로봇 완제품 제조기업이 없다시피 한 가운데 화인그룹이 선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은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DT) 관점에서 보면 화인그룹의 시도는 상당히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시 차원에서도 스마트 팩토리와 서비스 로봇 생태계 구축 등 제조업의 DT를 위한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