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유럽연합(EU)의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이르면 이달 말부터 유럽 전역에서 애플페이가 아닌 다른 결제 방식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럽 아이폰 사용자는 알파벳의 구글페이나 삼성의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플은 아이폰의 ‘탭앤드고(tap-and-go)’ 기술에 경쟁업체 접근을 허용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기술 접근 권한은 (경쟁업체에) 무료로 제공된다”며 “이번 약속으로 애플페이에 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오는 25일까지 시정안을 이행해야 한다. 외부 개발자는 애플페이에 장착됐던 것과 동일한 탭앤드고 기술을 갖춘 모바일 지갑을 아이폰에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EU 27개국을 포함한 유럽경제지역(EEA) 전역에서 10년간 유지된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연간 전체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과 하루 매출의 5%에 대한 이행 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집행위는 덧붙였다.

탭앤드고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방식으로 휴대폰을 갖다 대면 결제되는 방식이다.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 기기에서 애플페이만 허용했다. 이에 따라 집행위는 2020년 애플페이의 시장 지배력을 고려할 때 공정한 경쟁 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반독점법 조사를 시작했다. 2022년 5월 예비조사 결과에서 애플페이 운영 방식이 반독점법상 ‘불법’에 해당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월 애플은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기준에 따라 경쟁사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에서 NFC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시정안을 냈다.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