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75주년 기념 정상회담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Reuters
미국 워싱턴DC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75주년 기념 정상회담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Reuter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령 리스크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대통령의 의지는 강했지만, 이날도 몇 차례 말실수가 나왔다. 미국 민주당 안팎에선 대선 후보 교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75주년 정상회의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난 내가 대통령으로 출마하기에 최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난 그(트럼프 전 대통령)를 한번 이겼고 다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 출마를 재고하겠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만 그는 "내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생중계된 한 시간의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11명의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혔다. 외교 이슈에 대해 일관성 있는 답변을 내놨다는 평가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 정책을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인지능력 저하 등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기자회견 초반에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부통령으로 뽑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로 잘못 말한 것이다. 그는 신경과 전문의의 검사를 받을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의사들이 요구하면 받겠다"고 답했으나, "여태껏 그런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NATO 정상회의와 함께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협약 행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인사말을 한 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넘기면서 "결단력만큼이나 용기를 가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이 자리를 넘기고 싶다"며 "신사 숙녀 여러분, 푸틴 대통령입니다"라고 실언했다. 이내 실수를 깨닫고 "푸틴 대통령?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패퇴시켜야 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 고쳐 말했다. 이어 "푸틴을 패배시키는 데 너무 집중했다"고 수습했다.

그러나 대형 스크린으로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던 나토 정상회의 기자실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을 소개하자 "맙소사(Oh my God)" 등 기자들의 탄식 소리가 잇따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