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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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로 인한 집중호우로 전국 산지에서 피해가 속출하면서 상추 등 채소류를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상추 도매가는 ㎏당 7100원으로 1주일 전보다 110.98% 급등했다. 전월 대비로는 177.25%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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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75.84%)과 호박(53.25%), 파프리카(48.62%), 오이(46.03%), 풋고추(39.07%) 등도 1주 만에 가격이 치솟았다.

도매가가 오르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소매 가격도 이미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적상추(상품) 100g당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1233원으로 전월 동기 대비 38.4% 올랐다. 시금치도 같은 기간 소매가가 77.4% 오르는 등 채소류 소매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채소류를 중심으로 1주 만에 가격이 급등한 건 집중호우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7~9일 충청·전북·경북 등 중부지방에는 누적 강수량이 최고 500mm에 이르는 매우 많은 비가 내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축구장 1만3000개 면적인 9522㏊ 규모의 논과 밭이 물에 잠겼다. 특히 상추의 경우 주산지인 충남 논산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장마가 끝난 뒤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상추 등 쌈채소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당분간 가격 오름세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마 피해로 농산물 공급이 타격을 받으면서 모처럼 안정세를 보였던 농산물 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기준 KAPI 지수는 142.75로 1주 전보다 19.9% 높아졌다. KAPI는 2013~2019년 22개 농산물의 적정 평균 가격(100)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지난해부터 가격이 급등해 ‘금(金)사과’ 논란을 빚은 사과 도매가는 1주 만에 15.48%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1.11% 낮은 수준이다. 수박과 복숭아 등 여름 제철과일 공급이 본격화된 데다 이달부터 햇사과 출하가 시작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7월 중 복숭아 출하량이 전년 대비 8%, 샤인머스캣과 햇사과는 각각 13%, 4%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사과 생산량은 46~49만t 내외로 전년(39만t) 대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평년과 비교하면 사과 생산량이 최대 6.8%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가격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테란의 가격 예측모델에 따르면 현재 ㎏당 3427원인 사과값은 8월 4735원, 9월 5208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