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에 못 미쳐…저임금 노동자 고통"
최저임금 결정 방식도 비판…"'정부 임명' 공익위원에 달려"
노동계 "최저임금 1만원 호들갑 떨 일 아냐…실질임금 삭감"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된 뒤 노동계는 "사실상의 실질임금 삭감"이라고 반발했다.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 구조도 재차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언론 등에서 1만원 돌파가 엄청난 것인 양 의미를 부여하지만 1.7%라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이며, 사실상의 실질임금 삭감"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새벽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최종안 요구안인 1만120원과 1만30원을 투표에 부쳤고, 공익위원 9명 중 5명이 경영계의 손을 들어주며 결국 내년 최저임금은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1.7% 인상률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6%에 못 미친다.

한국노총은 "이날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 촉진구간'은 (올해 최저임금 9천860원 대비) 1.4∼4.4% 인상으로, 이 구간 자체가 이미 사용자 측에 유리하게 나온 안이었다"며 "공익위원 다수는 사용자 편에 섰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편파적 공익위원 구도에서 결정된 최저임금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하반기 플랫폼·특수형태고용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업종별 차별 적용 완전 철폐를 위한 입법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 "최저임금 1만원 호들갑 떨 일 아냐…실질임금 삭감"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 촉진구간에 반발해 이날 투표 자체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밥값은 한 번에 2천원씩 오르는데 최저임금은 딱 170원 인상됐다"며 "고물가 시대를 견디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고통 속에서 1년을 또 살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이 물가인상폭보다 적게 오르면서 또 실질임금이 하락했다"며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이미 잃어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이어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며 "노사가 공방을 벌이다 마침내 공익위원이 '정부의 의지'를 실현하는 현 최저임금위 구조에선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되며, 전문가인 공익위원은 정부가 임명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도 성명에서 "최저임금이 단 3번의 졸속 논의로 결정됐다"며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임금 삭감 기조를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닌 공무원 노조도 낮은 인상률에 반발했다.

공무원 임금이 최저임금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에서 "물가상승률 예상치에도 못 미치는 인상률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저임금 노동자, 서민들의 삶을 책임지는 최저임금이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의지를 실현하는 공익위원들에 의해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