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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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아들을 둔 최모 씨(35)는 다음주 여름휴가를 취소해야 할지 고민이다. 어린이집에서 수족구병 환자가 발생하면서다. 김씨는 "지난해 여름에도 아이가 두 차례 수족구병에 걸려 휴가를 포기했었다"며 "아직 증상은 없는데 주변에 하나 둘 확진 사례가 나와 올해 여름휴가도 어려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수족구병이 유행하면서 영유아(0~6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비상이다. 수족구병은 영유아 감염률이 90%에 이르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한 명이 걸리면 반 전체가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염성이 높아서다. 이 때문에 수족구병에 확진될 경우 의사의 완치소견서 없이는 등원이 불가능하다. 증상은 대게 감염 3~7일 후에 나타난다. 여행을 앞둔 가정에선 원내 확진자 발생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달 20일 기준 '2024년 국내 연령대별 수족구병 의사환자 발생' 그래프. 사진=질병관리청
지난달 20일 기준 '2024년 국내 연령대별 수족구병 의사환자 발생' 그래프. 사진=질병관리청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족구병 전체 환자의 90.2%는 영유아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 수는 한 달 사이 2.3배 늘었다. 질병관리청의 표본 감시 결과 방문 외래 환자 1000명당 수족구병 의사환자는 6월 둘째 주 기준 34.1명으로 수족구병이 크게 유행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높은 수준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족구병은 입안의 물집과 궤양, 손발의 물집성 발진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몸에 붉은 반점처럼 발진이 올라오는데 이를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에 생기는 땀띠나 모기, 벌레 등에 물린 자국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수족구병인 줄 모르고 접촉했다 감염되는 일도 발생한다. 반대로 수족구병이 의심돼 병원에 방문했으나 땀띠라는 진단이 나오기도 한다. 코로나19와 독감처럼 확진 여부를 즉시 검사할 도구는 없지만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병원 진료는 필수다. 질병관리청은 발진과 함께 38도 이상의 고열, 팔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구토, 경련 등 증상을 보일 경우 신속히 의료기관에 방문할 것을 강조했다.

여행 직전 확진 판정을 받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면 숙소, 항공권 등 취소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대부분 상품 이용일에 가까워질수록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서다.

5일 뒤 출국 예정인 이모씨(32)는 어린이집 알림장 앱으로 같은 반에 수족구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씨는 "아직 증상은 없는데 전염성이 강해 혹시 잠복기가 아닐까 걱정된다"면서도 "출국일에 가까울수록 예약 취소 수수료가 늘어나 확진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이나 부상 등 예기치 않은 문제로 불가피하게 예약을 변경, 취소할 때는 취소 수수료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의사 소견서 제출 시 내부 검토 절차 등을 거쳐 수수료 부분을 조정할 수 있지만 대체로 표준 약관에 명시된 환불 규정을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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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예약 취소 문제로 고민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이벤트 상품으로 모객에 나서고 있다. 한 여행 플랫폼은 취소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여행객의 건강 이상, 교통·날씨 문제가 발생한 경우, 심지어 개인적 사유에도 취소 수수료를 면제한다. 또 여행을 취소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보장해주는 여행 취소 보험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특화 상품과 예약 편의로 모객에 나섰다면 이제는 단순 변심에도 취소 수수료를 보장하는 상품까지 내세울 정도로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