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람 사는 도처에 공학이 있다
오는 26일부터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건축물이 가득하다. 그중 생트샤펠 대성당은 스테인드글라스 창에서 쏟아지는 빛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 성당을 짓기 시작한 13세기, 건축을 맡은 작업자(도편수)는 수학과 글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었다. 석재 품질을 평가할 지식도 없었다. 표준화된 척도가 새겨진 자도 없었다. 쇠막대, 분필, 밧줄만 주어졌을 뿐이다.

그래도 그는 몇 세기가 지나도 살아남은, 아름다운 대성당을 지었다. 빌 해맥 미국 일리노이대 공학교수는 생트샤펠 대성당이 공학적 사고의 정수가 담긴 건축물이라고 말한다. 공학에는 목표만 있을 뿐 정해진 과정도, 분명한 절차도 없다. 불완전한 정보로 경험칙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생트샤펠 대성당이라는 것이다.

해맥이 쓴 <삶은 공학>은 이렇게 공학적 사고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한다. 남성의 몸에 맞게 설계된 자전거에 불편함을 느끼고 여성이 타기 편한 자전거를 발명한 조지나 테리, 증기 터빈 발명가인 찰스 파슨스 등의 사례를 통해 공학적 발견이 우리 삶에 어떻게 파고들었는지 설명한다.

책은 공학이 추구하는 것은 ‘인간’과 닿아 있음을 짚어낸다. 공학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기에 우리도 모르게 작동하던 공학적 사고가 우리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