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패션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이 지난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순이익률도 샤넬코리아, 루이비통코리아를 비롯한 고가의 명품 브랜드보다 2~5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이 미국보다 약 2배 비싼데도 판매량이 꾸준히 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진=폴로랄프로렌 SNS
사진=폴로랄프로렌 SNS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인 랄프로렌코리아의 2023회계연도(2023년 4월 1일~2024년 3월 31일)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176억원, 155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에 비해 각각 7.4%, 1.6% 늘었다. 순이익은 6.8% 불어난 1265억원이었다. 유한회사인 이 회사의 매출이 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2020년 이후 처음이다. 랄프로렌코리아를 비롯한 유한회사는 2020년부터 공시 의무가 생겼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률(매출액 대비 순이익)은 24.4%에 달했다. 같은 기간 루이비통코리아(13.1%)와 샤넬코리아(12.9%), 몽클레르코리아(12.8%), 한섬(5.3%), LF(4.2%) 등을 크게 웃돌았다.

랄프로렌코리아가 상대적으로 의류를 저렴하게 들여온 뒤 더 비싸게 팔아 수익률이 높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 원가는 1072억원으로 매출의 20.7%에 머물렀다. 반면 루이비통코리아(61.1%), 샤넬코리아(50.3%), 몽클레르코리아(52.2%) 등은 50%를 웃돈다.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폴로가 제품에 더 많은 웃돈을 붙여 팔았다는 의미다.

직구 막고 美 2배 값에 팔아…매출 5000억 넘은 랄프로렌
랄프로렌이 한국에서 미국의 공식 홈페이지를 차단한 것도 실적을 극대화한 비결로 꼽힌다. 미국 홈페이지 제품 가격은 한국과 비교해 30~50%가량 저렴하다. 랄프로렌이 직구 통로를 막고 한국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 가격을 적용하면서 매출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랄프로렌이 2030세대로부터 상당한 인기몰이를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때 ‘아재룩’(아저씨+옷차림) 취급을 받은 랄프로렌은 ‘Y2K 패션’(2000년대 스타일) 열풍이 불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이 회사는 이렇게 번 돈의 상당액을 해외로 송금하고 있다. 2019~2023년 유상감자·배당·수수료 등으로 해외에 송금한 금액이 246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의 60%를 웃도는 규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