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도입한 AI 은행원 모습.  /딥브레인AI 제공
신한은행이 도입한 AI 은행원 모습. /딥브레인AI 제공
인공지능(AI)을 장착한 가상인간들이 산업계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핵심 서비스를 안내하거나 고객이 간단한 질문을 하면 답변하는 역할이다. 과거 가상인간이 이목을 끄는 역할이었다면 최근엔 실제 직원처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딥브레인AI는 신한은행과 함께 새로운 콘셉트의 ‘AI 은행원’을 선보였다고 12일 밝혔다. 신한은행에서 근무하는 우수직원을 모델로 쓴 게 특징이다. 직원들을 본떠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의 AI 은행원은 전국 영업점 디지털데스크에서 고객들과 실시간 대화를 주고받는다.

신한은행의 우수직원 5명이 AI 휴먼 전용 스튜디오에서 촬영해 외모와 입 모양 등을 닮은 가상인간을 완성했다. 인사 방법과 미소, 대화 주제에 따른 다양한 제스처를 적용해 생동감을 높였다. 고객 친화적인 목소리 톤도 구현했다. 신한은행은 이 가상인간을 더 발전시켜 창구 직원 같은 AI 은행원을 구현할 계획이다.

가상인간을 활용해 고객 서비스를 확대하는 곳은 신한은행만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만든 가상인간 리나를 승무원으로 등장시켜 기내 안전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대구은행이 만든 가상인간 한아름은 영업점 키오스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에서 활약 중이다. 이 은행은 AI 휴먼 콘텐츠 제작기업 이스트소프트와 계약하고 AI 은행원을 개발했다.

업계는 글로벌 시장에 버추얼휴먼, 메타휴먼 등으로 불리는 가상인간이 최소 수천 명 활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 등장한 가상인간만 따져도 200여 명에 달한다. 가상인간은 늙지 않고 죽지 않는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처럼 법적,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사생활 리스크에서도 자유롭다.

과거엔 가상인간을 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서비스 활용에도 한계가 있었지만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가상인간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은 사람을 모델로 한 가상인간을 10분이면 만들 수 있다. 생성형 AI 기술이 고도화해 고객 맞춤형 대응도 가능해졌다.

아직 실제 직원과 비교해 가상인간에게 이질감을 느끼는 사용자가 많다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AI업계 관계자는 “고객 상담 등에 더 적극 활용되려면 할루시네이션(환각)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