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 세일 중이지만 ‘한산’ > 지난달 백화점과 대형마트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시즌오프 세일’ 중인 서울의 한 백화점 의류 매장은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임대철 기자
< 백화점 세일 중이지만 ‘한산’ > 지난달 백화점과 대형마트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시즌오프 세일’ 중인 서울의 한 백화점 의류 매장은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임대철 기자
지난달 백화점과 대형마트 소비가 전년 동월 대비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 지난 4월과 5월 두 달 연속 감소한 소매판매가 ‘예기치 않은 여름 특수’를 맞은 지난달에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3% ‘깜짝 성장’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며 지난 2분기에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내수 회복’ 낙관론

기획재정부가 12일 공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내수 지표는 일제히 부진했다. 6월 백화점 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1.5% 줄었다. 대형마트 매출도 전년 동월 대비 1.9% 감소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소비가 동시에 감소한 건 올 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6.5% 급감했다. 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백화점·마트 소비, 동시에 꺾였다…2분기 '역성장 쇼크' 우려
지난달 내수 소비 지표가 일제히 뒷걸음질치면서 이달 말 공개되는 ‘6월 산업활동 동향’도 부진한 성적표가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생산과 소비, 투자는 한 달 전보다 일제히 줄면서 10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나타냈다.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0.2% 줄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기재부는 수출에 비해 내수는 온도 차가 있지만 아직은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재부는 이날 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경기진단과 같은 내용이다. 정부의 이런 판단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과 거리가 있다. KDI는 지난 8일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출이 증가하면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로 연결된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고금리, 고물가 등 내수 제약 요인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분기 ‘역성장’ 가능성

국내외 연구기관은 2분기 한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0% 안팎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간소비 위축에 더해 지난 1분기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어서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은 더 좋지 않다. 씨티(-0.1%)에 이어 스탠다드차타드(-0.1%), HSBC(-0.2%) 등이 2분기에 역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건 2022년 4분기(-0.3%)가 마지막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2.2%에서 2.6%로 상향했다. 정부 내에서도 2분기 성장률이 0%만 나와도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분기에 제로 성장을 했다고 가정하면 올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각각 0.5%만 나와도 올해 2.6%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2분기 성장률이 0.1%가 나오면 대성공, 0%면 성공”이라고 했다.

기재부의 이런 경기 판단에는 하반기 내수가 본격적으로 살아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통계청의 5월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핵심 10개 지표 중 기업경기실사지수 등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지표는 일제히 하강·둔화 국면에 진입했다. 하강·둔화 지표가 7개까지 늘어난 건 올 들어 처음이다. 경기순환시계는 대표 경기지표 10개가 각각 ‘상승→둔화→하강→회복’의 경기 순환 국면 중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6월 기준 실시간 소비지표가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순환시계도 당분간 상승·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