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반정부 시위 유혈진압 경찰청장 경질
케냐에서 지난달 발생한 증세 반대 시위를 유혈진압한 책임을 물어 경찰청장이 경질됐다고 현지 매체 더네이션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자페트 코오메 경찰청장의 사임을 수락하고 더글라스 칸자 경찰청 차장을 대행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전날 무살리아 무다바디 총리 겸 외무장관과 리가티 가차구아 부통령을 제외한 내각 전원을 해임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그러나 이런 조처가 루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 재개를 경고한 케냐의 젊은이들을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케냐 정부는 지난 1일 시작된 회계연도에 3천460억 실링(약 27억 달러·3조7천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증세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의 주도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케냐 전역에서 벌어지고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하자 루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철회했다.

케냐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증세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래 같은 달 25∼26일까지 전역에서 이어진 시위와 진압 과정에서 최소 39명이 숨졌다.

이후 루토 대통령은 지출 예산 1천770억 실링(약 1조9천억원)을 삭감하고 차액인 1천690억 실링(약 1조8천억원)을 추가 차입해 증세 철회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그러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8일 케냐 국가신용등급을 'B3'에서 'Ca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케냐는 이미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70%에 해당하는 약 10조 실링(약 108조원)에 달해 이자에만 세수의 37%를 써야 할 만큼 재정 적자가 심각하다.

/연합뉴스